“풀려나 손 흔드는 걸 보니 너무 화 나요”···다시 밤샌 ‘키세스’ 시민들

2025-03-09

서울 도심에 이른바 ‘키세스 시민들’이 다시 등장했다. 9일 아침 은박담요를 휘감고 밤을 지샌 사람들은 봄이 됐지만 아직 싸늘한 새벽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분노를 토해내고 있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철야 집회에 나선 ‘탄핵 촉구’ 시민들이다. 남태령·한강진에 이어 또다시 거리에서 밤을 새운 이들은 “탄핵이 될 때까지 광장을 지키겠다”며 “지치기보다는 화가 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아침 6시20분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서십자각의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 측 농성 천막 인근에는 시민 30여명이 은박 담요를 두르고 모여 있었다.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촉구 집회를 이끌어온 비상행동 측은 전날부터 철야 단식농성에 나섰다. 그러자 시민들도 함께 광장을 지키겠다며 모였다. 남태령·한강진에서 철야 집회를 경험해 본 시민들은 익숙한 듯 무선 난로·침낭·핫팩 등을 챙겨 광장에 나왔다. 오전 7시가 되자 <아파트> <다시 만난 세계> 등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졸음을 쫓기도 했다.

시민들은 전날 윤 대통령의 석방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전날 낮부터 광화문을 지킨 유윤재씨(26)는 “내란죄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받을 수 있는 무거운 죄인데도 불구속으로 재판을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 대통령이) 풀려나서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철야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탄핵이라도 빨리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남태령·한강진에 이어 세 번째 철야 집회에 나선 이다몬씨(24)는 “윤 대통령 측에서 구속적부심사 규정처럼 온갖 법리를 따지고 나와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며 “또 계엄을 시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철야 집회가 다시 시작됐지만 지친 모습보다는 “탄핵이 될 때까지 광장을 지키겠다”며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철야도 여러 번 해보니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체력이 길러지는 것 같다”며 “남태령 시위 때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광장을 지켜야 할 것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김철민씨(45)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자꾸 벌어지니 시민들이 광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며 “힘들기보다는 화가 나서 광장에 나오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철야 단식 농성에 나선 비상행동에 대한 ‘후원 인증’도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옛 트위터)의 한 누리꾼은 후원 내역을 인증하며 “나라 걱정 그만하게 해달라”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들도 “오늘은 시위를 못 나갔으니 후원이라도 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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