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스테이블코인 기업 서클의 최고경영자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난다. 신한·KB·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그룹 고위층 및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과 도연쇄 회동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최고위층의 방한으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히스 타버트 서클(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총괄사장이 이날 오후 한은을 찾아 이 총재와 면담을 가진다. 한은 관계자는 “서클 측의 요청으로 면담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발행주체 등에 대해 국회와 이견을 보이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한 업무보고에서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 기능을 볼 때 미래를 위해 필요하지만 점진적으로, 은행을 중심으로 간 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통화정책 면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경우 발행 총량을 규제하더라도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량을 줄이려면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히스 타버트 서클 사장은 이날 면담에서 이 총재에게 그동안 한은이 제기해왔던 스테이블코인 국제 거래와 관련한 자본규제 문제,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타버트 사장은 다음날 오후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연이어 만난다. 이어 26일에는 하나금융지주 관계자와 또 다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테더 관계자의 회동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의 경우 디지털 부문을 총괄하는 이창권 부문장(부회장급)이, 우리금융에서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각각 서클과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정 행장은 이보다 앞서 이날 테더 준법감시 부문 관계자도 만날 예정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과도 잇따라 만난다.
히스 타버트 사장은 이번 주 김서준 해시드 대표와 독대한다. 해시드는 국내 가상자산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블록체인 벤처캐피털(VC)로,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임명 직전 해시드의 싱크탱크인 해시드 오픈리서치 대표를 지냈다.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관계자와 면담 예정이다. 이들 거래소는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USDC 거래를 지원 중이다.
이들 국내 금융계 인사들과 방한한 서클·테더 고위 관계자들은 주로 달러 기반스테이블코인 국내 유통과 송금 등 국제 거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의 부문에서 공조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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