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속가능한 커피 재배와 탄소포집을 위한 글로벌 프로그램이 기존의 그늘 커피 농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로 나무를 심는 활동은 보상받지만, 이미 자리 잡은 성숙한 그늘 나무 보존은 탄소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되지 않아 오히려 산림 파괴와 탄소 손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및 보존 생물학 연구소(NZCBI)와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STRI) 공동 연구팀은 19일 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커피 농장이 보유한 탄소 저장량과 나무 심기·제거에 따른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농장은 약 4억 8,2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태양광 하에서 운영되는 커피 농장에 그늘 나무를 추가로 심을 경우 최대 8,700만 톤의 탄소를 더 격리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존 그늘 농장을 단일 재배로 전환하면 최대 2억 2,100만 톤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다.
연구진은 “탄소 시장이 새로 심은 나무에만 보상하는 구조는 기존 성숙한 그늘 나무를 제거하고 대신 어린 나무를 심도록 유인할 수 있다”며, 이는 탄소 감축 효과를 약화시키고 생물 다양성까지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루스 베넷 스미소니언 생태학자는 “단일 재배 커피 농장에 나무를 심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성숙한 그늘 나무를 베어내는 손실을 만회할 수는 없다”며 “스미소니언의 버드 프렌들리 인증을 제외하면, 서 있는 나무를 지키는 데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가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탄소 중심의 나무 심기 사업이 반드시 생물다양성을 높이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탄소 격리는 나무 밀도가 높을수록 효과적이지만, 생물다양성은 다양한 수종에서 더 잘 보존된다. 에밀리 파포 연구원은 “커피 기업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면 빠르게 자라는 단일 수종만 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토종 수종을 심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연구들은 다양한 그늘 나무가 있는 농장이 단일 재배보다 약 4배 더 많은 조류 종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버드 프렌들리 커피 인증 기준에도 반영돼 있으며, 농부들이 특산품 시장에 접근하고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현재 커피 농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경제적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는 단기적 생산량 확대를 위해 그늘 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커피 기업들은 탄소 배출권 확보를 위해 나무 심기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만큼 기존의 성숙한 그늘 나무 보존을 보상하는 탄소 결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모든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서 수종 다양성을 명시적으로 우선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미소니언 연구자들은 현재 농부들이 탄소 저장·생물다양성·생산성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그늘 나무 카탈로그’와 같은 실용적 자원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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