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중국 빅테크 C-커머스 돌풍, 어떻게 봐야 하나

2024-07-07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C-커머스 빅테크들이 우리나라 온라인 유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을 통한 해외 직구액이 단기간에 급증했기 때문. C-커머스를 통한 작년 한 해 해외 직구액은 전년 대비 121%나 급증한 3조 2,873억 원, 해외 직구 총금액 6조 7,567억 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 미국을 밀어내고 1위에 등극했다. 1분기에도 증가율은 둔화했다지만, 점유율은 57%로 더 높아졌다. 온라인 유통시장 전체에서의 해외 직구 비중은 3~4%로 작지만, 성장 속도는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의 4~5배로 훨씬 빨랐다. 6월 종합몰 앱순위도 1위 쿠팡에 이어 알리와 테무가 2위, 3위까지 올랐다.

이들 C-커머스 돌풍을 어떻게 봐야 하나. 대략 일시적 효과라는 시각과 충격이 장기·확대될 거라는 시각으로 나뉘는 것 같다. 전자는 C-커머스 돌풍이 출혈 저가와 '대량 자금 살포' 마케팅에 따른 단기 효과로 본다. 예컨대 제품가격을 다른 쇼핑몰의 5분의 1, 10분의 1까지 낮추고, 테무가 전미 프로풋볼(NFL) 결승에서 초당 650만 달러를 쓴 것처럼 엄청난 광고비를 퍼부은 결과란 거다. 설문조사에서도 93.1%가 '싸서 구매한다', 80.9%가 '배송, 제품에 불만'이라고 답한 만큼, 저가·출혈 마케팅 기간이 지나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마감할 거라고 본다. 또 유해 물질이나 짝퉁, 개인정보 유출위험 이슈가 있는 점도 규제 강화를 통해 돌풍을 수그러뜨릴 수 있을 거란 의견이다.

반면, 후자는 C-커머스가 출혈 마케팅과는 별개로 근본적인(Fundamental) 경쟁력을 갖추고 있단 의견이다. 경쟁력의 핵심은 소위 완전 관리형(Full Hosting) 제조소매업 모델. 이는 제조기업은 제품생산만 책임지고, 광고, 주문·판매, 고객 대응, 물류 등 모든 유통 과정은 C-커머스가 책임지는 구조다, 한마디로 제조기업은 제품경쟁력, C-커머스는 유통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단 얘기다. 출혈 마케팅을 하는 이유도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지 경쟁력 부족 때문에 생긴 고육지책이 아니란 의견이다. 특히 중국이 현재 내수 침체로 초저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C-커머스 돌풍은 결코 찻잔 속 태풍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느 의견이 타당할까. 개인적으로 후자에 한 표를 던진다. C-커머스의 완전관리형(Full Hosting) 제조소매업은 기존의 아마존과 같은 미국 이커머스의 점포대여모델과 완전히 다른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는 플랫폼의 입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고, 사실상 주문 생산인 만큼, 다양한 소비자 유형에 맞는 맞춤 생산도 가능하다. 그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룸과 유연성이 있단 얘기다. C-커머스의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증명됐다. 예컨대 2022년 9월 미국에서 해외 직구를 시작한 테무는 초저가 제품을 무기로 단숨에 글로벌시장을 석권했다는 평가다. 2023년 말 기준 미국, 일본, 유럽 등 47개국의 4억 6,700만 가입자를 확보해서 글로벌 전자상거래에서 아마존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모델을 다양화해서, 우리나라 제품을 중국 또는 해외로 판매하는 소위 '해외 직판'까지 확대하면 규모의 경제효과에다,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협상력(Negotiation Power)도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왜냐면 해외 직판은 온라인을 통한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로 연결되어 해외업체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알리바바그룹은 올해부터 3년간 1.5조원 규모의 통합물류센터 건설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그럼 향후 어떻게 해야 하나. 일각에선 4~5월 C-커머스의 매출이 둔화하고 알리와 테무의 활성 이용자(MAU) 수도 줄어들었다 해서 다소 안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안심은 절대 금물이다. 왜냐면 우리나라 현 온라인 유통업계는 쿠팡, 네이버라는 양강 이외에 11번가, G마켓, 컬리 등은 재무 취약 또는 구조조정상태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250조 원의 자금력과 글로벌 유통경쟁력을 갖춘 C-커머스들이 불량 제품과 유해 물질 탐지 등 인프라를 정비한 후, 2차 초대형·초저가 마케팅을 재개하면, 시장방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첫째, 무엇보다도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의 효율화는 물론, 관련 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면 먼저 영세·중소 유통업체(자영업자)가 무너지고, 다음은 제품 생산업체도 매출 감소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둘째,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 우리나라 K-커머스의 해외 진출에 민관 협력 차원에서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셋째, 이제부터는 온라인 유통 즉, 플랫폼 정책에 있어 국내외 업체에 대한 영향을 균형감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칫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C-커머스 돌풍을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과 역차별 이슈도 함께 고려하는 플랫폼 정책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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