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모빌리티 △보안 △바이오메디컬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카메라 기반 센싱 기술을 이들 4개 분야에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2027년 매출 6000억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동호 나무가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회사가 가진 카메라 기반 3D 센싱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신사업 분야를 선정해 구체적인 사업화를 추진 중”이라면서 “현재 분야별로 10개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상은 밝히지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무가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데 다른 카메라 모듈 회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카메라를 통해 거리를 측정하거나 피사체 외형을 파악하는 등 3차원(D) 센싱 분야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해서다. 회사는 카메라 센싱 개념이 낯선 2010년 ToF(Time of Flight) 모듈을 개발했고, 2011년에는 ToF 기반 3D 센싱 카메라 모듈도 만들었다.
ToF는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 입체감이나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애플이 2020년 아이폰 얼굴 인식에 ToF를 활용하며 널리 알려졌다.
이동호 대표는 “AR·VR 기기에서 3D 센싱은 손동작을 인식해 기기를 작동하거나 눈동자를 인식해 화면을 표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조만간 AR·VR 시장에서 나무가의 ToF 카메라 모듈을 채택한 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D 센싱은 인공지능(AI)과 만나면서 더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공간을 인식해 스스로 작동하는 로봇 청소기의 경우 장애물 감지는 필수. 이 로봇 청소기의 움직임을 결정짓는 근간이 바로 3D 센싱 기술이기 때문이다. 나무가는 삼성전자 AI 로봇 청소기에 공간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감지하는 데 사용되는 3D 센싱 모듈을 2021년부터 공급 중이다.
로봇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3D 센싱 역시 사용처가 늘어날 전망이고, 자율주행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분야 역시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이 대표는 “보안 분야에서는 색조인식 이미지센서와 결합해 얼굴 색을 인식하는 기술을 벨기에 업체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면서 “4대 신시장 진출을 결정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이 대표는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신사업 부문 고객과 접촉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본사를 판교로 이전했다. 기존 위치하던 경기도 성남 상대원동에 남긴 클린룸 기반 연구개발(R&D) 부문을 제외하면 판교 본사에 역량을 집중했다. 나무가는 국내에서 R&D와 영업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 100%를 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사옥 이전은 글로벌 회사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성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의 매출 비중이 99%에 달했지만, 올해는 95~96%로 낮췄다”며 “향후 2027년까지 신사업 비중을 25~30%까지 끌어올리고 매출도 현재 4000억원대 중반에서 2027년 6~7000억원 수준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나무가는 주력인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사업은 성인화 작업을 통해 생산기지인 베트남 공장 인력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였다. 이 대표가 취임하며 올해 초 1600명에서 현재 1000명 아래로 근무자를 줄였다. 성인화는 공정 자동화를 통해 인력을 줄이면서도 생산량은 유지하거나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2015년 LG전자 입사를 시작으로 미국 도버 그룹, 타이코 그룹, 삼성에스원, 미국 크루셜트랙, HZO 등을 거친 공정 자동화 전문가다.
이 대표는 “인력은 줄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늘어났다”면서 “지난해 3600억원 가량에서 올해 4000억원대 중반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