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찾아 '한국의 글로벌 조건 기여와 리더십'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빌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국회를 찾아 "한국은 강력한 파트너"라며 3가지를 요청했다. △원조 활동 재점검 △원조액 확대 △AI(인공지능) 활용 등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을 찾은 뒤 "우리가 함께 강력한 파급력을 내기 위해서는 3가지를 함께 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현재 우리가 하는 원조 활동을 다시 한번 재점검하자"며 "그리고 가장 많은 파급력을 주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자"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강력하게 지지할 수 있는 두 기관을 말하면 백신을 구입하는 가비, 그리고 결핵·말라리아·HIV(후천면역결핍증)에 대한 의약품을 구입하는 글로벌 펀드"라고 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두 기관은 많은 생명을 살려왔고 한명당 1000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많은 사람들 목숨을 구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보건 분야는 다른 원조 분야보다 10배 정도 더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원조 예산을 다시 한번 점검할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또 "한국은 수요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국가"라며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에 큰 귀감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여국에서 선진국까지 발전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가들이 수요국에서 중소득 국가로 발전하기는 했고 더 이상 기여나 원조를 받지 않는 경우는 많다"며 "하지만 한국처럼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 공여국이 된 경우는 유일하다. 한국이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0.29%, 정부 예산의 1%가 안되는 원조 자금액을 이상적인 수준인 0.7%까지 증액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혁신을 이용하자"고 했다. 그는 "우리 재단은 한국에 4억 달러 투자를 해왔다"며 "삼성, LG, SK 같은 대기업들과도 좋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뉴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콜레라 백신 등 훌륭한 프로젝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비영리 단체로 세계 국제 백신 연구소와 라이트 재단들도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활동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AI를 활용해 우리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것들을 개발하고 이를 보급하는 데 힘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게이츠 재단은 개발도상국의 보건 교육, 인프라 확충 등 ODA(공적개발원조)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안다"며 "게이츠 재단에서도 우리나라의 보건 역량 강화를 위해 관심과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올해 대한민국 경주에서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린다"며 "게이츠 재단에 위치한 시애틀은 1993년 최초의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회의 직후 빌게이트 이사장님을 만나 교류한 전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꼭 자리하셔서 인류 공동 번영을 위한 비전을 세계에 보여달라"며 "빌게이츠 이사장님께서 참석해주시면 대한민국 APEC이 더욱 빛날 것이고 이사장님의 고견은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에게 영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게이츠 이사장이 온다는 소식에 취재진과 주요 당직자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게이츠 이사장들은 여야 국회의원 20여명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는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