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58) 프로야구 KT 감독은 이번 가을 야구에서 경기마다 맞춤형 '타순 변경'으로 재미를 봤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오재일을 빼고 5번 타자로 내세운 우타자 문상철이 결승 두 점 홈런을 쏘아 올렸고, 2차전에서는 황재균을 8번으로 내리며 부담감을 덜어줘 부진했던 황재균의 타격감을 살려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황재균은 선취점으로 이어진 적시타를 치는 등 2안타를 때려내며 활약했다.
오늘(8일) 3차전에서도 이강철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는 승부수를 던졌다. 4번 타자로 나서던 강백호를 2번, 하위 타순에 있었던 황재균을 5번으로 전진 배치했다. 이 감독과 코치진은 강백호와 황재균의 타격감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포스트시즌 내내 1번 타자로 출전했던 김민혁은 몸살감기로 빠졌고, 2년차 외야수 정준영이 한자리를 꿰찼다.
염경엽 LG 감독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같은 타순으로 임했다. '문성주 9번 배치'라는 회심의 카드가 마침내 2차전에서도 통했다. 8번 박해민부터 9번 문성주, 1번 홍창기, 2번 신민재로 이어지는 타선은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2차전에서 박해민이 내야 안타로 출루하고, 문성주도 안타를 치면서 기회를 만들었고 두 선수가 동시 도루에 성공한 뒤 나란히 득점해 동점을 만들었다. 문성주는 다음 타석에서는 적시타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염 감독이 구상한대로 하위 타선이 터져준다면 공격력이 배가된다는 걸 입증한 순간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1, 2차전과 타순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3차전에서는 장타력이 좋은 포수 박동원을 5번으로 전진 배치했다. 오른손 타자인 박동원이 왼손 투수 벤자민에 강했던 점도 고려했다. 이렇게 되면서 오지환이 6번, 김현수가 7번으로 한 칸씩 밀렸다. '타순 변경'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이강철 감독과 '타순 고정'을 고집하다 소폭의 변화를 선택한 염경엽 감독의 '지략 대결'이 3차전을 보는 흥미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