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단 7년 만의 1군 마운드. KIA 투수 홍원빈(24)의 첫 힘찬 투구는 전광판에 시속 154㎞가 찍혔다. 승리가 확정돼 축제 분위기 속 KIA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홍원빈은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11-2로 앞선 9회말 등판했다. 홍원빈이 꿈에 그리던 1군 데뷔 무대였다. 홍원빈은 이날 시속 150㎞ 대 빠른 공으로 KIA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데뷔전을 1이닝 1안타 1볼넷 1삼진 1실점으로 마쳤다.
“경기에 집중하느라 팬들의 함성은 못 느꼈다. 상상했던 것처럼 막 엄청나게 기쁘고 그러진 않더라”라고 미소지은 홍원빈은 “(1군에 올라온 이후) 숙소에서 쉴 때도 언제 등판할 지 그 생각밖에 없었다. (경기장)분위기는 상상한 그대로였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나가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준비했는데, 꿈에 그렸던 그 무대와 비슷해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에 사는 가족들도 경기장을 찾았다는 홍원빈은 “11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기다려 주신 부모님께 제일 감사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7년간 준비를 허투루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 같아서 기다려주신 팬 분들과 감독님, 코치님, 팀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2000년생 홍원빈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지명돼 잠재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1m95의 키에 체중 101㎏의 빼어난 신체 조건에서 나오는 빠르고 묵직한 공이 무기다.
그러나 늘 제구가 문제였다. 2군 통산 성적은 51경기 5승18패 6세이브 평균자책 10.48이다. 지난 시즌에는 2군 3경기에서 1.1이닝 동안 볼넷 11개, 사구 2개를 내주며 고질적인 약점을 해소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겨울에는 자비를 들여 미국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 간절함이 통했을까. 홍원빈은 올해 2군에서는 3승3패 6세이브 평균자책 2.79의 성적을 내고 있다. 2군에서 20경기 19.1이닝을 던지면서 볼넷 18개, 사구 6개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이지만 삼진도 17개나 잡았다.
홍원빈은 “제가 워낙 볼넷을 많이 주는 투수라서 코칭스태프가 ‘볼넷을 안 주려고 하기보다 삼진을 많이 잡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며 “선두 타자 볼넷은 피해야 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예전에는 터무니없는 공을 많이 던졌지만, 지금은 그래도 제 손에 느낌이 있어서 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홍원빈이 좋아하는 투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시속 164㎞까지 던진 광속구 투수 요르다노 벤추라(도미니카공화국)다. 메이저리그 통산 38승을 거둔 벤추라는 2017년 25세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홍원빈은 모자 안쪽에 벤추라의 이름을 적어두고 마운드에 오른다. 등번호도 벤추라의 30번들 달았다.
홍원빈은 지난달 30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콜업 5일 만에야 기회를 얻었다. 아직 증명할 것이 많은 홍원빈에겐 이제 시작이다. 홍원빈은 “1군에서 필승조 형들 던지는 모습이 섹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멋있다. 저도 언젠가 필승조에서 팀 승리를 위해 더 많은 경기를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누가 제일 섹시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전)상현이 형”이라고 웃으며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