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기업 해외 수주액 310억 달러…11년 만 최대치
삼성물산, 민간기업 중 1위…약 25억8500만 달러 수주 확보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이 국내 건설경기 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 수주를 이어가며 올해 상반기 민간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주통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총 310억 달러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2014년 동기(375억 달러) 이후 11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지역별로 유럽이 196.8억 달러(6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중동 55.8억 달러(18.0%), 북미·태평양 27.3억 달러(8.8%) 등이 뒤를 이었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가 260.7억 달러(84.1%), 건축 30.0억 달러(9.7%), 토목 6.9억 달러(2.2%) 등 순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총 274개사가 88개국에서 258건의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이 중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상위 10개사의 몫은 96.3%로, 298.6억 달러 어치 수주를 따냈다.
민간 기업 가운데서는 삼성물산의 수주액이 25억8500만 달러로 1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 2억7200만 달러에서 무려 850%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순위는 8위 수준에 머물렀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1~3월)까지만 해도 2억1715만 달러의 수주를 확보하는 데 그쳤으나, 4월부터 중동과 호주등 주요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며 순위가 급상승했다.
대표 수주로는 아랍에미리트(UAE) 알다프라 OCGT IPP 프로젝트가 있다. 개방형 사이클 가스터빈 발전소(1GW)를 짓는 사업으로, 수주 금액은 4억8139만 달러(6617억 원) 규모다. 또한 호주에서는 1억4747만 달러(2027억 원) 규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구축 사업인 나와레 BESS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국내 주택 시장 불황 대응책의 일환으로 해외 수주를 확대하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 잔액은 2023년 13조5567억 원에서 지난해 말 16조379억 원으로 상승했다. 증가 폭은 2조4812억 원에 달한다.
올해는 연간 목표치도 대폭 올려 잡았다.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에서 9조8000억 원을 수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해외 실적 대비 30% 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내 건설사의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도 본격 공략한다. 삼성물산은 올해 하반기 일본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건설부문의 일본 법인 설립에 대한 안건이 가결됐으며, 올해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에는 상사 부문만 일본 법인을 운영해왔다.
삼성물산은 일본 시장에서 에너지 인프라 등 신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그린수소(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한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분야를 낙점하고, 관련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일본 대표 엔지니어링사인 지요다화공건설과 그린수소 기술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는 호주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계 '디지에이 에너지 솔루션스 호주(DGA Energy Solutions Australia)'와 협업에 나섰다.
일본 건설시장은 50조 엔(약 475조 원) 규모 이상으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선진 시장이다. 하지만 해외 기업에 대한 폐쇄적인 성향과 높은 기술 장벽으로 국내 기업의 진입이 제한적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대우건설이 유일하게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일본 법인은 하반기 중 설립될 예정이며, 앞으로 중동, 아시아 등 해외 주력시장에서의 연계 수주를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며 "공항, 데이터센터 등 기술 역량 차별화가 가능한 특화상품들의 지속 발굴과 괌, 호주 등 지역에서 친환경에너지 수주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