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반도체 성장 확신…기술력으로 테슬라까지 사로잡아"[CEO&STORY]

2025-01-01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지하 1층에 위치한 K비즈홀. 이날 K비즈홀에서는 서울경제신문과 중기중앙회가 공동 주최한 ‘2024 행복한 중소기업 일자리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대상(경제부총리 표창)의 주인공이 된 기업은 현대하이텍. 현대하이텍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출신의 오정기 대표가 1998년 설립한 자동차 전장 부품 강소 기업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가운데 시차출퇴근제, 정년 연장, 전 직원 정규직화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단행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오 대표는 현대하이텍과 함께 반도체 열전 소자를 만드는 글로벌하이텍전자도 함께 운영 중이다. 한국 대표 수출 상품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성장사를 함께하며 두 회사를 탄탄하게 키워온 오 대표를 지난해 12월 31일 경기도 광주 본사에서 만나 창업을 결심하고 ‘좋은 일자리’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오 대표는 “대학 입학 당시인 1970년대 후반에는 정부의 건설·중화학 육성 정책에 따라 토목·건축·화학공학이 인기 전공이었다”며 “하지만 고교 때부터 전기전자의 매력에 끌렸고 대학에서도 같은 공부를 하고 싶어 전자공학과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1984년 현대그룹 공채 2기로 입사해 현대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현대전자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됐다”며 “마침 현대전자 IC사업부가 분할(spin off) 대상이 되면서 그 사업을 독립해 직접 경영할 기회가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다른 동료 선후배 직원이 현대그룹의 높은 연봉과 복지 혜택 등 안정된 환경에 창업을 주저할 때 기술 시대, 특히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할 것에 대한 확신과 이 사업을 성장시켜 혁신기술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퇴사 후 창업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현대하이텍을 창업한 오 대표는 차량용 전기·전자 부품인 전장 사업에 집중했다. 그는 “자동차는 과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자동차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모빌리티 전장 부품 사업에 주력하게 됐다”고 전했다.

현대하이텍은 차량 전장 부품의 표면실장(SMT·Surface Mount Technology)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표면실장은 인쇄회로기판(PCB)의 표면에 부품을 부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전자기간섭(EMI) 차폐 기술, 반도체 열전 소자를 통한 열 관리(방열) 제어 기술 등을 보유 중이다.

특히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유동인쇄회로기판(FPCB·Flexible Printed Circuit Board), 적층인쇄회로기판(MLB PCB·Multilayered Printed Circuit Board)을 활용한 미세실장(FPA·Fine Pitch Assembly) 제품을 현대기아차·폭스바겐·테슬라 등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그에게 20년 넘게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실제 현대하이텍은 창업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인해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공장 신증설과 연구개발(R&D) 인력 확보 등을 위한 투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오 대표는 “현대그룹의 안정된 자원과 시스템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고 제한된 비용으로 경영 성과를 내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며 “우리 회사의 전장 부품이 공급되는 자동차 모델이 단종될 경우 다음 모델이 출시되기까지 일정 기간의 공백기도 견뎌내야 했다. 그 기간에 수주 물량이 없으면 매출이 감소해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는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을 극복해낸 힘은 고객사와의 파트너십과 신뢰, 탄탄한 기술력이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오 대표는 “고객과 품목의 다변화를 꾀하고 특히나 다양한 고객사와의 파트너십과 오랜 기간 동안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며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며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과 가치를 제공한 점, 차량 전장 부품 표면실장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 점 등이 고객사로부터 신뢰받는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 대표는 글로벌하이텍전자도 이끌고 있다. 1998년 하이텍전자를 설립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차량용·산업용 모듈 생산을 위해 글로벌하이텍전자를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직접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하며 “올 초 선보일 새 제품도 글로벌하이텍전자를 통해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하이텍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열전 소자 원천 제조 기술과 응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하이텍이 기업간거래(B2B)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글로벌하이텍전자는 자체 브랜드를 바탕으로 B2C 소비자 거래 또한 병행 중이다. 반도체 열전 소자 기술을 접목한 제품의 브랜드로 하펠(HAPEL)을 지난해 선보였다. 첫 제품은 냉온 겸용의 냉온수 매트인 하펠 슬립케어다. 또 반도체 열전 소자의 냉온 기술(peltier effect·펠티어 효과)를 전기차의 방열 제어 시스템과 차량용 냉온 편의 장치 등에 적용하며 미래의 모빌리티를 선도하고 있다.

현대하이텍과 글로벌하이텍전자의 견실한 성장세를 일궈낸 그의 경영 철학과 원칙은 무엇일까. 그는 가장 먼저 ‘1등 주의’를 꼽았다. 오 대표는 “우리의 사업 분야에서 1등을 추구하는, 1등 주의가 첫 번째 경영 원칙”이라며 “최고의 기술로 혁신적인 차량 전장 부품을 공급하며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실 있는 성장과 특화된 제품 출시도 강조했다. 오 대표는 “부채 없이 안정적 경영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켜 보고 싶었고 끊임없는 기술 개발 투자로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신사업을 확대하고자 힘써왔다”며 “남들도 생각하는, 남들도 다 만드는 제품으로, 일반적인 기술력으로는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특화 제품 개발 및 출시에도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회사가 직원에게 최선을 다할 때 직원들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최고경영자(CEO)의 철학이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중소기업을 대표로서 이끌고 있는 그에게 정책적 지원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오 대표는 “중소기업의 기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중소기업이 사업의 구조를 혁신하고 신사업 진출을 통해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R&D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대학 및 연구기관의 기술을 공유받으며 국내외 시장에 원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 및 비용 지원도 이뤄졌으면 한다”며 “추가 고용 창출과 제조 인프라 개선 투자에 대한 일정 비율의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e is…

△1959년 충북 영동 △구미전자공업고교 △단국대 전자공학과 △1984~1997년 현대전자산업(현 SK하이닉스) 과장 △1998년~ 현대하이텍 대표이사 사장 △2013년~ 글로벌하이텍전자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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