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메가 히트곡 ‘사랑인 걸’로 데뷔한 가수 모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인 걸’이라는 노래는 알지만 정작 얼굴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얼굴 없는 가수’로도 불렸던 그는 ‘사랑인 걸’ 한 곡으로 당시 SK텔레콤 벨소리&컬러링, 싸이월드 뮤직, 벅스뮤직, MBC 음악캠프 등 각종 음원 차트를 장악하며 독보적인 사랑을 받았다.
기독교 신자였던 소속사 사장이 “기적을 일으켜보자”라는 의미로 지은 예명 ‘모세’가 정말로 통한 것인지 ‘사랑인 걸’이라는 노래로 초대박 히트를 친 것이다. 하지만 ‘사랑인 걸’이라는 단 하나의 히트곡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 모세. 훗날 그는 꾸준히 앨범을 발매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소속사의 어려운 사정으로 제대로 된 정산 한번 받지 못한 채 골방 신세를 지며 가난하게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20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삶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노래를 접고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새 삶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래할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 그에게 재개할 기회가 주어졌고 2019년 6월 컴백을 목표로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음주운전 차량에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해 재개는 무산되고 만다. 그리고 정밀검사를 받던 도중 신경장애질환인 ‘후종인대골화증’이라는 희귀병을 진단받고 수술까지 받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설상가상 해당 수술은 목을 통해 진행되는 수술이었던지라 가수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목 상태는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가수왕 모세’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소통해오던 그는 2021년 JTBC ‘싱어게인2’를 시작으로 경연 프로그램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아버지의 이름인 ‘춘길’로 등장해 남다른 트로트 실력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4년 TV조선 ‘미스터트롯3’에 참가해 자신만의 고급스럽고 독특한 트로트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대중들은 ‘사랑인 걸’을 다시 찾아들으며 추억을 회상하는 것은 물론, 그의 다른 숨은 명곡들을 발견하며 모세 시절의 음악도 빛을 발하고 있다.
‘춘길’로 화려하게 등장하며 데뷔 20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는 최근 한 방송을 통해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게 된 이유와 희소병을 앓게 된 사연을 공개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지난 8월 11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의 한 코너 ‘명불허전’에는 구 모세·현 춘길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제가 ‘사랑인 걸’이라는 노래로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오해를 하시는 게 ‘계속해서 쭉 활동을 하고 있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면서 “노래는 진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정작 저를 아시는 분은 드물었다”라며 착잡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사랑인 걸’ 이후에 제대로 활동을 못 하고 다른 일들을 하면서 지내야 했다. 학생도 가르치고 장사도 하고 막노동, 택배 상하차도 하고…여러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소수의 팬분들이 아쉬운 마음과 응원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다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게 됐다. 그때부터 경연 무대에 도전하게 됐고 여기까지 왔다”라고 밝혔다.
그는 활동명을 ‘춘길’로 변경하고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것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 성함이 ‘춘길’이다”라고 고백하며 “모세로 데뷔하기 직전에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는데 아버지를 찾아가면 가수 활동을 반대하실까 봐 투병 중이셨는데도 외면하는 불효를 저질렀다”라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가 치매를 앓으셔서 어른 대 어른으로 대화를 해보지 못했다”면서 “2018년에 돌아가셨는데 투병하실 때 경제적으로 도움도 못 드리는 등 아들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 ‘다신 노래하지 않겠다’라고 마음먹었는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트로트 무대에 도전하면서 이왕이면 아버지 성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예명을 ‘춘길’로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에 있었던 교통사고와 희귀병에 대한 사연도 전했다. 그는 “사고 후유증으로 2년 가까이 고생했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가 마지막 병원에서 제가 희귀병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밝혀 탄식을 자아냈다.
그는 “경추에 큰 수술을 받고 경증 장애인이 됐다”라며 “목 앞쪽으로 수술을 하다 보니 성대에 치명상이 올 수 있었다. 심하면 마비까지 오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마비가 오지는 않았다”라고 털어놔 안타까움과 안도를 안겼다. 그는 이어 “다만 수술 이후 성대가 100%로 돌아오지는 않았다”라며 “열심히 관리 잘하도록 하겠다”라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현재 그는 아픈 과거를 씻어내고 트로트 가수 ‘춘길’로 활약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또한 꾸준히 운영해오던 ‘가수왕 모세’의 유튜브 채널명을 ‘가수왕 춘길모세’로 변경해 또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현재 해당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7만6천명을 보유하며 사랑을 얻고 있다.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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