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레니우스 벤츠 회장 "한국은 핵심 시장"…삼성·LG와 도약 준비했다

2025-11-14

전기차·PHEV·내연기관 포함 2027년까지 최대 규모 출시

삼성·LG와 기술 협력 강화해 '월드클래스' 고객 경험 구축

[인천=뉴스핌] 이찬우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가 전동화를 축으로 한 브랜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신차 전략을 한국에서 공식 발표했다.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동화 기반 내연기관 차량을 아우르는 40종 이상의 신차를 2027년까지 국내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으로, 한국 시장을 향한 공격적인 제품 공세와 함께 한국 기업과의 공급망 동맹을 재확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전략 간담회(Mercedes-Benz Future Strategy Conference)'를 열고 2026년부터 한국 시장에 출시될 주요 신차와 중기 제품 로드맵을 공개했다. 행사에는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CEO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Mathias Vaitl)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해 글로벌 및 한국 사업 전략을 설명했다.

◆ '벤츠 비전' 담은 신차 2종·콘셉트카 2종 공개

이날 메르세데스-벤츠는 ▲디 올-뉴 일렉트릭 GLC(The all-new electric GLC) ▲디 올-뉴 일렉트릭 CLA(The all-new electric CLA) ▲콘셉트 AMG GT XX(CONCEPT AMG GT XX) ▲비전 V(The Vision V) 등 미래 제품 전략을 상징하는 4종의 전동화 모델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모두 향후 브랜드의 전기차·고성능·쇼퍼 드리븐 플래그십을 이끌 핵심 주자로 꼽히는 모델들이다.

칼레니우스 CEO는 기조 발언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목표는 '모두가 선망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라며 "순수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동화 기반 첨단 내연기관 차량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 옵션을 제공하며, 브랜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신차 및 기술 출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기술과 혁신, 신제품 론칭에 집중할 것이다"며 "회사 역사상 가장 많은 신차를 선보이는 해가 될 것이며, 대대적인 신제품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 공개된 디 올-뉴 일렉트릭 GLC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인 'MB.EA(Mercedes-Benz Electric Architecture)'를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새로운 크롬 그릴과 심리스(seamless) MBUX 하이퍼스크린, 더 넓어진 실내 공간 등을 통해 디자인과 공간 활용, 다재다능함을 모두 잡은 중형 전기 SUV로 포지셔닝된다. 회사 측은 이 모델을 "중형 세그먼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전기 SUV다"라고 소개했다.

디 올-뉴 CLA는 브랜드 역사상 가장 스마트하고 감성적인 모델로 강조됐다. 메르세데스-벤츠 자체 개발 운영체제인 'MB.OS(Mercedes-Benz Operating System)'를 최초로 탑재해 생성형 AI 기반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칼레니우스 CEO는 "MB.OS는 바퀴 달린 슈퍼컴퓨터와 같은 강력한 차량용 두뇌가 될 것이다"며 "차량과 운전자 간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디 올-뉴 CLA는 모듈형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의 미래를 보여주는 콘셉트 AMG GT XX는 향후 AMG 전기 아키텍처(AMG.EA)를 사용하는 4도어 고성능 양산차의 청사진 역할을 맡는다. 이 차량은 3개의 축방향 자속 모터(axial-flux motor)와 포뮬러 1(F1)에서 영감을 받은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해 높은 출력과 반복 가속 성능을 구현했다. 지난 8월에는 24시간 동안 총 5479km를 주행하는 등 25개의 퍼포먼스 신기록을 세우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비전 V는 '프라이빗 라운지' 콘셉트의 쇼퍼 드리븐 리무진 쇼카로, 넓은 실내 공간과 고급스러운 안락함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전례 없는 디지털 경험과 우아한 외관, 새로운 차원의 편안함을 결합해 향후 VAN 전기 아키텍처(VAN.EA) 기반으로 선보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 플래그십 리무진 'VLS'의 방향성을 미리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비전 V에 대해 "넉넉한 공간감과 고유의 품격을 조화시키려는 브랜드 비전을 담은 쇼카다"라고 설명했다.

◆ "삼성·LG와 다음 도약을 이룰 것"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 기업과의 공급망·기술 협력에 대한 메시지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칼레니우스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LG와 삼성과 매우 생산적인 미팅을 가졌다. 혁신 기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고, 이미 그런 기술들 상당수가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며 "삼성·LG 같은 '글로벌 챔피언'과는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왔고, 앞으로 어떻게 기술의 한계를 넓히고 다음 도약을 이룰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과 함께 만들어 가는 혁신 생태계는 메르세데스-벤츠에 정말 중요하다. 솔직히 말해 이제 한국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찾기 어렵다"며 "25년 전 한국 서플라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독일 구매 조직과 통합한 이후로, 한국 파트너들과는 매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파트너십 구체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칼레니우스 CEO는 "삼성과 LG는 기술 면에서 매우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들이다"며 "어제 두 회사를 만났을 때는 사실 내년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앞으로 3~4년 뒤를 주로 이야기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말하기 어렵다. 다음에 한국에 다시 올 때 조금 더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문화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칼레니우스 CEO는 "한국은 기술 강국일 뿐 아니라 문화 강국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만 봐도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우리는 항상 한국 고객을 염두에 두고 차량을 설계한다. 현지 고객의 생활 방식과 취향, 사용 패턴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디지털 경험과 관련해 "MB.OS는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앱과 디지털 서비스를 차량 안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올 수 있게 해 줄 것이다"며 "디지털 생태계 측면에서 한국은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시장이다. 한국 고객들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진 절제된 럭셔리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나 역시 우리 차가 한국 시장에 매우 잘 맞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긴밀하게 협력해 한국 고객들이 꿈꾸는 차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데 계속해서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 산업계 전반의 어려운 경영 환경과 관련한 질문에는 장기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환경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우리가 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한 질문이다"며 "전 세계가 오랫동안 세계화를 추진해 왔다면, 최근에는 역내 중심주의가 강하게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양산 시설과 산업 기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국가의 관세 정책 하나 때문에 생산 체계를 대대적으로 흔드는 일은 할 수 없다. 자동차업계는 기본적으로 5년, 10년 뒤 시장을 내다보고 생산 시설을 설계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며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를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과 생산 전략을 관리해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한국에 도입될 새로운 판매 방식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방식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대 적용 중인 고객 중심 판매 모델로, 이미 먼저 도입된 12개국에서 높은 고객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칼레니우스 CEO는 "리테일 오브 더 퓨처는 고객이 어느 채널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를 만나더라도 일관된 가격과 서비스, 투명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며 "한국에서도 파트너 딜러들과 함께 협력을 강화해 고객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라 아파트 화재 사고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칼레니우스 CEO는 "청라 사고와 관련해서는 피해 주민 여러분과 심층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 자동차 발명 140주년을 맞는다. 칼레니우스 CEO는 "우리의 헤리티지는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계속해서 놀라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며 "바로 여기 한국에서 믿음직한 딜러 파트너, 핵심 파트너사들과 함께 앞으로도 성공과 혁신에 집중하며 세계에서 가장 선망받는 자동차와 최고의 경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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