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잠든 행복을 깨우는 법

2024-11-24

‘순간순간 깨어있어라’, 내가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잠자고 있지 않기에 깨어있다 말할 수 있지만, 몸과 달리 마음을 볼 때면 그러하지 못함이 사실이다. 시름에 젖은 사람은 살아있으나 시들어가는 나무처럼 메말라간다. 걱정이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걱정 없이 잘사는 비결이란 따로 없다. 우리 인생 자체가 불완전하고 불확실하므로 살아있는 모든 이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는 말인데, 삶의 질 그 격차를 낼 수 있는, 이 시대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무엇일까? 나는 깨어있는 것과 균형을 잡는 일이라 말하고 싶다.

마음이 걱정이란 틀에 오랫동안 갇히게 되면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한다. 즉 원래 상태로 돌아와야 하는 관성의 법칙이 깨어지면서, 그때부터 마음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평소보다 더 화를 잘 내고, 마음을 이완하는 근육들이 소실된다. 이것을 우리는 교감과 부교감신경의 부조화라 말하기도 한다.

더 쉽게 설명해보면 이렇다. 마음이란 유리병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유리병은 환경에 약하여 잘 깨어지지만, 재생 또한 잘되는 성질이 있다. 상처 난 마음에 사랑이라는 온기가 스며들어 새살을 돋게 하지만, 스트레스라는 감정은 자율신경계 회복 탄력성에 걸림돌이 되어 예전 상태로 돌아오는 시간을 늦추게 한다. 이런 회복 탄력성이 고장 나면 자율신경계에 탈이 난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작은 일에도 감정이 조절되지 않아 분노가 올라오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에도 밤을 새우며 걱정하기도 한다.

이럴 때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앞서 말한 깨어있기, 알아차리기이다.

분주히 돌아가던 마음의 일을 멈추고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는다. 떠오르는 생각은 잡아두지 않고 흘러가도록 둔다. 시간이 잠잠해지면 마음을 지긋이 바라본다.

“아, 내가 화가 났구나, 내 마음이 이래서 그런 거구나, 아, 내가 슬프구나, 그 사람 때문에 내가 힘든 거구나” 이렇게 알아차림으로써 나를 이해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은 근거 없는 불안감을 줄여주고, 현실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해가 된다면 그리 화낼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님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깨어있다는 것, 말처럼 쉽지 않다. 깨어있지 못한 사람은 생각의 늪에 빠지기도 쉽다. 상담으로 찾아오는 내담자들에게 나는 ‘디스턴싱(distancing)’이란 또 다른 방법을 권하기도 한다. 즉 생각과 거리두기를 하라는 말이다.

우리는 걱정거리가 생길 때, 흔히 그 고민과 일심동체가 되는 듯한 현상을 종종 경험한다. 마치 생기지도 않을 일들이 이미 일어난 듯하게 떠올리며 생각하고 그러한 불편한 감정들은 자주 몸과 마음을 엄습한다. 이러한 고민은 깨어진 관성의 법칙에 따라 감당하기 힘든 생각을 자생(自生)시킨다. 마치 끌어당김의 법칙처럼 걱정한 일들이 정말 일어나기도 하며, 평생 지우지 못할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마음은 점점 시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강조한다. 생각을 알아차리고, 마음과의 객관적인 거리두기를 하라고 말이다. 이런 작은 노력은 일상 중 걱정의 늪에 빠지는 빈도를 확연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두 번째 균형 잡는 일, ‘균형’이라는 말을 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일까? 어릴 적 세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로 발전하며 균형이라는 것을 처음 배웠을지 모른다. 균형을 잡지 못하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오뚝이의 무게중심도 균형이 없으면, 서 있지 못하고, 우리 몸 역시 오랜 시간 좌우 균형이 맞지 못하면 정상에서 기형으로 변형된다. 그렇다면 마음에도 균형이 필요한지, 그 중심을 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고민해본다.

세상일이 내 마음 틀 안에 들어있지 못하기 때문, 소유(Have)라는 바탕 위에 만들어져서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나를 사랑해야 마음이 흡족하고, 내가 하고픈 일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되어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즉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결국 사람과 멀어지고, 일도 싫어지는 것이다.

마음의 균형을 잡는 법은 소유(Have)가 아닌 존재(Be)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 어느 것도 완벽히 소유하는 것이란 불가능하다. 특히 사람 마음을 영원히 얻는 것이란 말할 것도 없다. 내 마음을 진정 소유할 수 있다면, 차라리 더 현명한 처사일지 모른다.

잠든 행복을 깨우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순간순간 넘어지지 않게 내 마음의 균형을 먼저 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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