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섭취에 대한 오해

2025-11-05

운동 뒤에 바로 단백질 셰이크를 들이켜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해야 근육 성장과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백질 섭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양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20개 연구를 종합적으로 살핀 2013년 미국 메타분석 연구 결과 운동 전후의 단백질 섭취 타이밍이 아니라 총 단백질 섭취량이 근력이나 근육 성장의 효과 크기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였다.

2024년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연구자들은 건강한 20대 성인 남성 40명을 대상으로 8주 동안 주 4일 이상의 저항성 운동(근력 운동)을 하도록 했다. 한쪽은 운동 직전과 직후에 각각 25g의 유청 단백질 셰이크를 마셨고 다른 쪽은 운동 3시간 전과 후에 마시도록 했다. 그 결과 양쪽 모두 근육량과 근력이 증가했고 운동 수행능력도 향상됐다. 연구자들의 결론은 저항성 운동과 함께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근육 단백질 축적을 최대화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섭취량에 비하면 섭취 타이밍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백질 섭취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한 번에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낭비된다는 것이다. 한 끼에 최대 20~25g까지만 근육 단백질 합성에 사용이 가능하고 그 이상 먹으면 지방으로 저장될 뿐이라는 이야기다. 단백질을 생각하면 하루 세끼를 챙기는 게 하루 두 번 식사보다 낫다는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많은 양의 단백질이 들어오면 인체는 소화와 아미노산 방출 속도를 늦추어 더 천천히 흡수한다. 25g 상한선이라는 오해를 낳은 과거 연구는 유청 단백질처럼 소화가 매우 빠른 단백질을 다른 음식 없이 단독으로 섭취시켰을 때 나온 결과이다. 식사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반찬과 밥을 함께 먹으면 소화와 아미노산 흡수 속도가 훨씬 느려진다.

우리 몸은 똑똑하며 효율적이다. 운동 직후에만 단백질 동화작용이 일어나서 근육을 만드는 게 아니라 운동 후 여러 시간이 지난 뒤에도 비슷한 작용을 해낼 수 있다. 운동 뒤에 단백질 셰이크를 마셔도 되고 안 마시고 식사로 챙겨도 된다. 단백질 섭취량을 여러 끼에 나누면 좋긴 하지만 아침을 거르고 점심에 더 많은 단백질 섭취를 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섭취한 단백질은 근육 유지, 근력, 면역 기능, 호르몬 생성, 신진대사에 어떻게든 사용된다. 시간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총 단백질 섭취량에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는 정도로 충분하다.

하지만 운동 없이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단 걸 기억하자.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근력운동 실천율(일주일간 근력 운동을 2일 이상 실천한 비율)은 2023년 기준 27.3%에 불과하다. 운동을 챙기자.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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