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北박영일 "전략 동맹" 재차 강조…러 전승절서 밀착 과시하나

2025-05-02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의 박영일 총정치국 부국장이 북·러 관계를 “전략적 동맹이자 형제 국가”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러는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잇따라 공개 인정한 후 연일 최고조를 향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일 러시아 전승절을 앞두고 북한 고위 관계자 또는 북한군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서는 파격 이벤트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2일 북한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방러 중인 박영일은 지난달 30일 모스크바의 제3차 국제반파쇼(파시스트)대회에서 ‘조선인민군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연설했다.

박영일은 “(북한은)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파시즘을 부활시키려고 책동하는 적대 세력들의 위험천만한 대결적 행태에 대처해 자위적인 주권적 권리를 계속 당당히 행사”하고 “지배와 예속, 패권이 없는 자주적이고 정의로운 다극화된 세계 질서 수립에 적극 기여하려는 공화국 정부의 시종 일관한 입장”을 설명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전날 러시아 매체 타스도 같은 연설에서 박영일이 쿠르스크 지역 재탈환을 “순수한 악에 대한 정의의 승리”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또 박영일이 “이는 두 나라 간의 강력한 군사적 동반자 관계를 입증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고 “(우리는)양국 국민 간 최고 수준의 전략적 동맹이자 형제 관계”라고 발언했다고도 했다.

북한 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연일 북·러 관계의 ‘혈맹’을 강조하는 건 오는 9일 러시아 전승절을 앞둔 사전 작업일 가능성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해 “미국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데, 러시아 전승절을 이런 메시지 발신의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북·미 협상 국면이 가동될 경우 ‘뒷배’이자 실패 시 출구 전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전에 북·러 동맹 관계의 공식화·공고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등을 통해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며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은 직접 거명하지 않고 있다. 이는 향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러시아 전승절(제2차세계 대전 승리 기념식) 때 최용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선다면 이는 북·러 간 혈맹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파병에 대한 사의를 표명한 만큼 최용해가 김정은의 답서를 들고 모스크바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최용해가 푸틴을 예방해 김정은의 방러와 관련한 대화를 할 수도 있다.

다만 정보 당국은 김정은의 직접 참석 가능성은 현재까지 작게 보고 있다. 북한 체제 특성상 다자 정상회의 형식을 선호하지 않고, 평양에서 열병식 참석 등을 위한 대규모 군사 훈련 징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열병식에 군을 동원하려면 최소 한 달 전부터 관련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지난 2015년 러시아 전승절 70주년에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정부 대표단을 보낸 적이 있다. 지금 북·러 관계는 이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공고해졌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투입됐던 북한군 장병과 모스크바 인근, 극동 지역 등에서 군사 적응 훈련을 받고 있는 인원들이 여전히 러시아 영토에 머무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파병 장병 일부가 ‘전쟁 영웅’이란 식으로 평양 대표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거나 열병식에 러시아 장병들과 함께 등장하는 식의 ‘깜짝 이벤트’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앞서 푸틴도 29일 “이곳에 참석한 여러 국가 군부대가 붉은 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행진할 것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라며 북한군의 열병식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 포럼에는 북한과 벨라루스, 베트남, 중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