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박해민(35)은 27일 잠실 한화전 ‘통곡의 벽’이었다. 한화 타자들이 여러 차례 강한 타구를 외야로 보냈지만 박해민을 넘지 못했다. 담장을 그대로 맞히는 듯했던 타구만 2차례 박해민에게 잡혔다.
박해민은 2회초 이진영이 임찬규를 상대로 좌중간으로 크게 날린 타구를 수십m 전력 질주해 잡아냈다. 8회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김진성에게 때린 중견수 머리 뒤로 크게 날아가는 타구도 펜스에 몸을 부딪히며 잡아냈다. 박해민의 연이은 호수비로 LG는 이날 팽팽한 투수전 속 2-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박해민은 잇따른 호수비 비결을 묻는 말에 “(임)찬규나 (김)진성이 형이나 원하는 코스로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기 때문에 카운트별로 타구 분석지를 믿고 위치를 잡고 있었던 덕분에 잡을 확률을 좀 더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원론에 가까운 답변이다. 수비수라면 누구나 타구 분석지를 수시로 확인하지만, 아무나 박해민처럼 수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박해민은 “수비는 결국 용기”라고 말했다. 타구음이 울리는 순간 방향을 잡고 전력 질주를 해야 한다. 공을 보고 뛰면 그때부터 이미 늦는다. 최대한 멀리까지 달려 나간 후 타구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잡는다. 공을 보지 않고 얼마나 멀리, 빠르게 뛸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박해민은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처음에는 공이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니까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계속 연습하고, 많이 놓쳐보고 오차를 줄여가면서 공 없이 달리는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타고난 감각과 운동능력은 물론이고, 숱한 반복 훈련과 오랜 경험까지 뒷받침돼야 한다.

박해민은 이번 시즌 유독 한화만 만나면 더 펄펄 날았다. 지난 3월25일 한화와 시즌 첫 맞대결부터 안타성 타구를 잇따라 지워냈다. 지난달 30일에는 채은성의 홈런성 타구를 훌쩍 뛰어올라 펜스 위에서 건져냈다.
박해민은 ‘한화팬들이 박해민을 가장 싫어한다’는 말에 “양쪽에서 싫어하실 거 같다. 타격에서는 LG 팬분들이 그러시지 않겠느냐”고 쓰게 웃었다. 박해민은 이날까지 타율 0.225에 그치고 있다. 수비 기여도가 워낙 크지만,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실망스러운 성적인 것도 사실이다.
박해민은 “지금 제 상황에서 수비까지 못 한다면 자리를 뺏겨야 하고,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은퇴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팬분들이 속상하신 것도 많이 느낀다. 야수가 수비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석이라는 건 3~4번은 꼭 돌아오지만, 수비는 1경기 하는 동안 아예 타구가 안 올 수도 있지 않으냐. 타석에서 경쟁력도 회복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 채우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