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 아닌 형동생, LG 첫 우승 합작한 조상현과 허일영

2025-05-18

“(허)일영이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었을 텐데…”(조상현 감독) “아 형한테 어떻게 그럽니까”(허일영)

프로농구 창원 LG의 창단 첫 우승을 합작한 조상현 감독(49)과 허일영(40)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28년의 기다림을 풀어냈다는 기쁨을 넘어 고난의 길을 2인3각의 브로맨스로 넘어선 까닭이다. 두 사람은 대구 오리온스 시절인 2011년 처음 선·후배로 만나 코치와 선수, 그리고 감독과 선수로 숱한 세월을 함께 했다. 고양 오리온스에서 2016년 우승을 합작했던 기분좋은 추억은 LG에서 함께 또 한 번의 정상을 밟으며 칠을 더했다.

조 감독은 지난 17일 2024~2025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서울 SK를 62-58로 꺾고 우승을 결정지은 뒤 “LG 출신인 내가 첫 챔피언 등극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다”면서 “난 손이 많이 가는 감독이다. 날 믿고 따라준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지금 생각해보면 (허)일영이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허일영을 콕 집어 말한 것은 우승을 결정지은 7차전에서 3점슛 4개를 포함해 14점을 책임지며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것과는 다른 얘기다. 베테랑으로 라커룸 리더를 도맡았던 허일영에게 보내는 찬사다.

조 감독은 “솔직히 올해 우리가 우승했지만 힘든 시기가 많지 않았느냐”면서 “한때 8연패를 하면서 9위까지 추락했다. 이럴 때 팀을 흔드는 게 (감독과 트러블이 있는) 고참인데, 우리 팀은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힘들 때는 ‘걱정하지 말라. 전략만 잘 짜달라’고 전화도 한 통씩 줬다. 그 당시에는 별 게 아니라 여겼지만 지나고 나니 LG가 ‘원 팀’으로 갈 수 있는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멋쩍은 미소를 지은 허일영은 괜스레 조 감독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참들이 불만이 생기면 입이 나오고, 흔드는 것은 옛날 얘기다. 최소한 우리 팀은 그런 선수가 없었고,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했다. 아니 형(조 감독)한테 어떻게 그래”라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이 오랜기간 쌓아온 우정의 깊이를 짐작할 만 하다.

브로맨스에선 투닥거리는 맛이 빠지지 않는다. 조 감독과 허일영 사이에도 마찰은 있었다. 젊은 LG로 변신을 꿈꾸는 조 감독은 40살 문턱에 들어선 허일영이 주전으로 뛰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실제로 허일영은 2023~2024시즌 서울 SK에서 평균 22분 24초를 뛰었지만 이번 시즌 LG에선 14분 45초를 소화했다. 허일영은 “오랜만에 다시 보니 ‘나이를 먹었다’고 하더라.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로 여러 번 감독실을 두드렸다”고 웃었다.

조 감독과 허일영의 브로맨스를 잇는 연결고리는 술이다. 현역 시절 술을 좋아했던 조 감독과 허일영은 과거 술잔을 기울이며 오해를 풀었다. 허일영은 숙소 생활을 했던 LG에서도 같은 상황을 기대했지만 바쁜 조 감독의 사정으로 본의 아니게 혼술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 아쉬움을 우승 뒷풀이 현장에서 풀어냈다. 조 감독은 허일영이 술잔을 가득 채우며 건네자 “(돌아가신) 할머니가 술 줄이고 건강을 챙기라고 하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일영은 “평소에 발목에 대야하는 얼음을 술 타던 형님이 이런다. 오늘은 한 잔 마십시다”고 받아쳤다. LG가 한 해 농사를 우승이라는 풍작으로 마무리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훈훈한 마침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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