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소재·부품·장비기업의 '슈퍼 乙' 기업 R&D 육성방안

2024-10-24

최첨단 산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요즈음 미국-중국 간 기술패권 갈등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몇몇 기술분야를 넘어 산업, 기술, 외교등 전방위적 경쟁상황이 고착화 돼가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의 공급망 새판짜기도 본격화 돼가고 있다.

소재는 부품 또는 완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기초물질이며, 부품과 모듈은 다른 제품과의 결합을 통해 기능을 발휘하는 구성요소를, 장비는 제조업 생산공정을 통해 소재·부품을 제품으로 전환하는 자본재를 말한다. 2000년대는 부품·소재·장비순으로 불리다가 2010년부터 소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소재·부품·장비순으로 칭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을 기술혁신형 글로벌 강자인 슈퍼 을(乙)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방안을 살펴보고 제시해 보고자 한다. 원재료를 수입해서 중간재 및 완제품을 수출하는 무역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2021년 국가별 무역 의존도에 따르면 중국 34%, 미국 21%, 일본 25%, 한국 69.6%로 주요국 중 의존도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국가산업 및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또, 핵심품목의 익스포져(exposure)가 크고 주요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서 공급망 교란이 심화될수록 경제적, 산업적 영향이 클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술은 이차전지, OLED 등 첨단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10년간 수출액은 31% 증가한 반면 수출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경합도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 이상 품목도 주요국 대비 열악한 실정이다.

미국·중국간 기술 패권경쟁이 경제·안보 측면에서 진행되면서 자국 중심의 수출통제와 보조금등의 수단으로 구조적 공급망 붕괴가 야기되고 있다. 트럼프 시절 관세전쟁으로 시작하여 바이든 정부 들어 동맹국과 연합전선으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첨단기술산업처럼 중요한 분야에서 경쟁국 접근을 차단하고 기술유출을 방지하자는 'Small yard, high fence' 방향성 아래 첨단산업 사다리를 넘지 못하게 제재를 유도했다.

중국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광물자원 등을 무기화하여 수출통제 수단으로 대응하며 야기된 공급망 굴절은변수가 아닌 상수화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중국의 혁신성장의 이면에는 중국 정부 보조금과 자국내 값싼 공급망으로 저가의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도전적으로 공략하여 왔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던 형태는 근원적으로 검소한 혁신(Frugal Inovation)의 결과로 볼수 있다.

이에, 우리도 글로벌 경제의 굴절현상과 중장기적으로 대처하고 블록화될 공급망 등장에 소부장 공급망 위기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GVC(Global Value Chain) 체제 변화에 대응할 주체인 기업들의 첨단 소재·부품·장비 기술 초기 진입을 도와 기술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이 중요한 때다. 글로벌 공급망 혼란 상황에서도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경쟁우위를 유지하는 '슈퍼 을'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강자인 '슈퍼 을'의 위치를 보유하는 해외 기업의 핵심역량 및 경쟁력등 성공 요인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슈퍼 을기업을 육성하는데 활용 했으면 한다.

소재·부품·장비 관점에서 '슈퍼 을' 기업은 모방할수 없는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공급망 내 수요기업보다 협상우위를 점하며 해당 산업에서 독자적 지배력을 형성 한다. GVC 재편 대응 및 유망한 미래 신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혁신역량과 글로벌 잠재력을 보유한 '슈퍼 을' 기업 육성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중 글로벌 시장의 강자 '슈퍼 을' 기업은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 기술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기술혁신 역량과 글로벌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세계 일류 기업을 말한다. 해외 '슈퍼 乙' 기업 사례로 세계 유일의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 중이며, 미국 램리서치는 식각의 제왕으로 불리며 증착, 세정장비등 반도체 장비내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고릴라 글라스'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 코닝은 유리 제조기업으로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 엔지니어링 플랫폼으로 (정밀성형, 증기증착, 디퓨전 등)사업을 다각화 하고 있다. 일본 무라타는 글로벌 점유 1위로 세계 최강 부품기업으로 원자재 추출부터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해 기술을 내재화하였고, 독일의 버커케미컬은 실리콘을 수출하는 화학기업으로 폴리머 파우더를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혁신형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슈퍼 乙 기업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3~5년 내 기술개발 성과를 내야하는 단기적 관점보다는 대규모로 통합적, 다층적, 다원적 연계 지원이 필요한 바 긴 호홉을 가지고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R&D 분야에서는 첫째, 대형 품목의 소부장 생태계 통합 R&D로 1개의 대규모 R&D에 4~5개의 세부과제로 연결된 기술의 동시개발이 가능하도록 연구개발비가 지원해야 한다.

둘째, 개발된 기술의 실증과 스케일업이 연계되어 사업화까지 이루어지게 기획하여야 한다. 또, 우수 R&D 과제는 기술개발 완료 즉시 신뢰성 평가나 실증, 사업화 과제를 지원하는 사업화 패스트 트랙도 고려 되어야 한다.

셋째, 글로벌 R&D 협력을 위해 장기, 대형, 국제 R&D도 지원해야 한다. ①원천 상용화 기술까지 5~7년 이상의 포상형(성공시 추가 인센티브 지급), 후불형(상용화)등 다양한 방법의 장기 R&D를 지원하고 ②세계 최고의 글로벌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매칭하여 최첨단 기술을 이전 또는 협력하게 하고 ③ 기술단계별 공동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④우수 연구인력을 글로벌 선도 연구소나 첨단 원천기술 보유 대학에 파견하여 인적 교류도 하고, 해외 수요기업이 선도하는 밸류체인에 우리 소부장 기업이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수요-공급기업, 스타트업 기업간 협력모델과 과감한 협업도 시도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정책 펀드 투자 등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필요 시 지원 한도없이 사업 전망과 성장에 따른 연동투자 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업부가 중심이 되어 과기부, 중기부등 R&D부처간 협업을 강화하여 부처 통합형 과제 기획도 강화하여야 한다. 아울러 산학연 협력 강화로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이를 위해 국가 연구인프라를 활용하여 산업현장의 애로기술을 해결하고 기업의 긴급한 연구를 지원하게 한다. 또한, 기술혁신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허전략을 수립하고 특히, 특허 연계 기술개발(IP-R&D)을 확대 적용하여 기술보호와 상용화를 병행 추진토록 해야 한다.

글로벌 성장의지와 잠재력을 가진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정부의 성장 육성 정책에 힘입어 스타트업-글로벌 강소기업-월드클래스 300기업-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성장사다리가 구축돼야 한다. 또한, 기업 성장단계에 따라 R&D에만 국한하지 말고 투자, 자금, 세제 등 기술개발 맞춤형 패키지 지원등 도 필요하다. 잠재력을 가진 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성장 전 주기에 대한 파격적 지원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의 연장이 아닌 일몰 폐지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공급망 3법' 시행,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입법 등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따라야 할 것 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투자로 국내 제조 산업의 근간인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살아나고 보다 많은 '슈퍼 乙' 기업이 키워질 때,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차별화된 기술과 노하우로 해외 수요기업에 대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리라 본다.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이 글로벌 강자인 '슈퍼 乙'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의 최첨단 산업과 경제도 함께 커가리라 본다.

오한석 단국대 교수 ohsim2004@dankook.ac.kr

〈필자〉2005년부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기술개발센터장, 정책기획실장, 중견기업단장 등 국가연구개발 정책·기획·평가, 기술개발, 중견기업 육성 지원업무를 두루 수행했다. 현재 월드클래스기업협회 자문교수,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비상임 이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렴옴부즈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전담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6년 중견기업육성 유공 국무총리 표창, 2019년 소재부품기술개발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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