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독일 라인 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 선발전이 대부분 종목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또다시 씁쓸하다. 체조를 비롯한 여러 종목에서 진짜 대학 선수가 아니라 무늬만 대학선수인 실업팀 소속 선수들이 대부분 선발됐다. 실제 대학 운동부 소속 학생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종목에서는 대학생이 단 한 명도 선발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유니버시아드는 ‘대학생’을 위한 세계 무대다. 그런데 이 대회에 ‘진짜 대학생’이 없다면, 그 취지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현재 실업선수들은 사이버대학 등에 형식적으로 등록해 ‘대학생 자격’을 갖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니버시아드 선발전 참여가 규정상은 허용돼 있다. 그런데 그들은 실질적으로는 실업팀에서 급여를 받으며 훈련하는 선수들이다. 대학교에는 학적만 유지하고 있을 뿐, 대학 운동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결과적으로, 정작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며 대학 운동부에서 땀 흘리는 진짜 학생선수들은 국제무대에 설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은 유니버시아드 참가 자격으로 “현재 대학 재학 중이거나 전년도 졸업자이며 만 25세 이하”라는 학적 중심의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실업선수들이 ‘대학생 대표’로 출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는 선수 등록 제도를 통해 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은 ‘대학부’, 실업팀 선수는 ‘일반부’로 등록된다. 실업선수가 대학부로 등록되는 것은 규정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유니버시아드 선발에서는 이 구분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나 규정 미비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스포츠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다. 유니버시아드는 성적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대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고 교류하며 미래를 그리는 장이다. 실업선수 중심의 선발은 이 대회의 철학을 훼손하며, 대학스포츠의 가치를 점점 무너뜨리고 있다.
2027년 유니버시아드는 우리나라 충청도에서 열린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무대에서 ‘형식만 대학생인 실업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면, 과연 우리는 그 대회를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대학대표는 대학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진짜 학생선수에게 돌아가야 한다. 실업선수의 편법적 출전은 멈춰야 하며, 대학스포츠는 실업선수의 경력관리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대학경기대회는 진짜 대학생들을 위한 무대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학스포츠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출발점이며, 국제 스포츠의 공정성과 철학을 지키는 길이다.
윤지운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아시아대학스포츠협의회 위원·대한체조협회 심판위원장
<스포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