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주원(22)의 올 시즌은 혹독했다. 팀이 시즌 100경기째를 치렀던 지난 8월1일까지 타율이 0.199였다. 시즌 3분의2를 넘길 때까지 극심한 타격 부진에 허덕였다. 원래 좋았던 유격수 수비는 안정감까지 겸비하며 리그 최고 수준까지 올랐지만, 그걸로도 만회하기 힘들 만큼 타석에서 부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주원은 장타를 위해 타격폼을 바꿨다. 2년 연속 10홈런을 때려낼 정도로 장타 재질이 있었던 만큼 더 많은 홈런 욕심을 내 볼만도 했다. 그러나 패착이었다.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배트를 짧게 잡으면서 시즌 중 조금씩 다른 시도도 해봤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즌 중반부터 김주원은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갔다. 레그킥 자세를 버렸다. 지면에 발을 붙이고 타격하는 ‘토 탭’으로 폼을 바꿨다.
야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생 때 잠깐을 제외하고 김주원은 줄곧 다리를 들고 쳤다. 계속해왔던 걸 버릴 만큼 절박했다. 9월29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김주원은 “이것저것 계속하다가 결국은 ‘다리를 드는 게 정말 나에게 맞는 폼인가’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했다. 레그킥은 다리를 든 자세에서도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아야 의미가 있다. 그 밸런스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김주원은 “지금 나는 ‘다리를 드는 타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코치님들과 계속 훈련하면서 ‘토 탭’을 시도해봤는데, 다리가 땅에 붙어 있으니까 밸런스도 잡히고 시야도 고정되더라”고 말했다.
레그킥을 버리고 김주원의 타격감도 비로소 살아나기 시작했다. 8월1일 0.199였던 타율이 시즌 마지막엔 0.252까지 올랐다. 43경기에서 147타수 50안타, 타율 0.340을 기록했다.
지난겨울 폼을 바꿨던 게 후회되지는 않았을까. 김주원은 “그것도 결국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변화를 해가면서 답을 찾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그 자체가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부진이 길었던 터라 올 시즌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김우주(우리 주원이)’라는 별명처럼 아낌없이 애정을 보내던 팬들의 시선도 예년과는 달랐다. 김주원은 “기대와 관심에 많이 못 미쳐서 많이 죄송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주원은 이날 한화전을 끝으로 39사단 신병훈련소에 입소했다. 오는 18일까지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김주원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아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김주원은 “병역을 빠르게 마칠 수 있다는데 감사하다는 생각만 든다”며 “바로 다음 시즌 야구 준비를 할 수 있는 만큼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항저우에서 김주원은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내야 수비를 지휘하며 대표팀 금메달을 견인했다. 다음 달 열리는 프리미어12 예비엔트리에도 들었다. ‘국가대표 유격수’ 욕심은 없을까. 김주원은 “올해처럼 하고 대표팀을 바라면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다”고 손사래 치면서도 “뽑아주신다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