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 1년, 서방 언론은 편파적이었다”

2024-10-06

가자지구 전쟁이 이어진 지난 1년 동안 서방 언론이 친이스라엘적으로 편파성을 띄었다는 문제 제기가 CNN, BBC 기자에게서 나왔다.

5일(현지시간) 알자지라의 주간 세계 언론 비평 코너 ‘리스닝포스트’는 가자지구 전쟁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CNN과 BBC 전·현직 기자 10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보도가 이스라엘에 친화적이었으며 이중잣대가 반영됐고, 저널리즘 원칙도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애덤’이란 가명으로 인터뷰한 CNN 기자는 지난해 10월7일을 기점으로 CNN의 저널리즘에 대한 자신의 신뢰가 뒤집혔다고 밝혔다. 그는 한 사례로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알란티시 아동병원을 폭격하고 그 근거로 ‘하마스 명단’을 내보였던 일을 꼽았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하마스가 해당 병원에 이스라엘 인질을 숨겼다며 병원에서 발견된 문서가 “테러리스트들의 근무 교대 명단”이라고 주장했다.

애덤은 “당황스러웠다. 하마스 명단은 전혀 아니었다. 그것은 달력이었고, 아랍어로 요일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당시 CNN 특파원의) 보도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그냥 담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해당 ‘명단’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후 웃음거리로 조롱당한 바 있다. CNN의 보도 전에 이러한 조롱이 일었고, CNN 내부에서도 특파원 등에게 경고를 전달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애덤은 전했다. 이와 같은 대화 내용은 메신저에 남아 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또한 애덤은 CNN 기자들이 “이스라엘의 확인 없이는 가자지구 공습을 공습이라 부를 수 없었던” 기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이런 일을 하진 않는다. 가령 러시아가 키이우의 병원을 폭격했더라면 이런 걸 묻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BBC 전직 기자도 BBC가 인터뷰이를 섭외할 때 이중잣대를 뒀다고 비판했다. 인터뷰이를 검증하면서 팔레스타인 측 인터뷰이가 더 철저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결과 이스라엘을 대변하는 이들이 더 많은 발언의 자유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CNN과 BBC는 자신들이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지난 1년 동안 서방 언론과 국제기구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 4월엔 뉴욕타임스(NYT)가 가자지구 전쟁을 보도할 때 ‘대량학살’, ‘인종청소’, ‘팔레스타인’과 같은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보도지침을 내부에 공유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탐사보도매체 ‘더 인터셉트’는 해당 지침이 지난해 11월부터 배포됐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됐다고 보도했다. 한 NYT 내부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를 안다면 이 지침이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내용이라는 점이 분명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NYT는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을 폭격했을 때 이에 관한 보도를 두고 편집국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을 겪었다. 이어 지난해 12월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에게 조직적인 성폭력을 가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피해자 가족이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며 조작 인터뷰 논란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NYT는 해당 보도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기사를 쓴 프리랜서와는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 11월 당시 유엔 인권최고대표 뉴욕사무소장이었던 크레이그 모키버는 유엔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사임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유럽 국가 대부분이 민간인 공격을 금지한 제네바 협약을 따르기는커녕 이스라엘에 무기를 대주고 외교적으로도 이스라엘을 두둔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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