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TV홈쇼핑업체에서 판매 중인 녹용제품 대다수가 외국산 녹용을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마저도 녹용 함량은 극소량이었다. 또한 수입 녹용 성분에 대해 ‘청정’ 이미지를 덧입혀 마치 외국산 녹용이 국산보다 좋은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온스타일, GS SHOP, NS홈쇼핑 등 TV홈쇼핑 5곳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14일 기준 판매 중인 녹용 관련 제품은 327개였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복된 제품이었고, 6개가 서로 다른 제품이었다. 꿀제품이 1개이고, 나머지 5개는 홍삼제품이었다.
이들 제품에 들어간 녹용 추출액의 원산지를 확인한 결과 국산은 전무했다. 러시아산이 2개, 뉴질랜드산이 4개였다. 특이한 것은 수입 녹용 성분을 썼다는 사실을 적극 알린다는 점이었다. ‘천혜의 자연환경 뉴질랜드’ 등 청정 환경에서 자란 사슴의 녹용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명 한의사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공통점이었다. 이 중 한 한의사는 “엄격한 원칙과 기준 중 하나로 뉴질랜드산 녹용을 사용했는지를 본다”는 문구로 제품을 홍보했다.
국내 사슴업계는 이러한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한국양토양록농협 관계자는 “공기질과 녹용 성분 간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면서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유명 한의사가 국산보다 외국산 녹용이 낫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면서 “국내 사슴산업에 큰 피해가 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녹용 함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홍삼제품 5개 모두 녹용 추출액을 썼다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극소량이었다. 100㎖로 환산한 결과 실제 녹용 함량은 0.006∼0.8㎖였다. 꿀제품 1개에는 100㎖당 2500㎎이 함유됐다.
한국사슴협회 관계자는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녹용에 관한 관심을 반짝 높일 수는 있겠지만, 함량이 낮은 탓에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녹용 효능 자체를 불신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2004년 뉴질랜드의 국책연구기관 ‘애그리서치’는 체중 75㎏의 성인 1명 기준으로 하루 2000㎎ 이상의 녹용을 섭취해야 효능을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수입 녹용 제품이 가격 면에서 모두 싼 것도 아니었다. 홈쇼핑에서 판매 중인 ‘○○○ 녹용홍삼 진액스틱’ 제품은 100㎖ 기준 1만1970원이었다. 녹용홍삼액 제품은 100㎖당 평균 3110원이었다. 국산 축산물 전용 쇼핑몰 ‘농협 라이블리’의 녹용 성분 함유 진액스틱 가격은 100㎖당 1만1667원, 녹용홍삼액은 100㎖당 평균 7092원이었다. 녹용 함량은 홈쇼핑 제품과 견줘 1.3~77배 차이났다.
안현구 한국양토양록농협 조합장은 “국내 사슴산업을 위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국산 녹용제품을 애용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미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