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399명 사망…외국인 사망자 47명
외국인 비중 작년 10.5%→올해 11.8% 높아져
조선업 경기 회복·고용허가제 도입 확대 영향
고용부 "외국인근로자 언어장벽에 위험 노출"
"비언어적·모국어 교육콘텐츠 제작해 예방해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올해 상반기 399명이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한 가운데 외국인근로자의 비율이 12%까지 높아졌다.
지난해와 올해 산재 사망자가 줄어들었지만 외국인근로자의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 위험의 외주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이 위험의 상당부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언어장벽'이다. 때문에 외국인근로자들이 각자의 모국어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올해 상반기 외국인 사고사망자 47명…전체의 11.8% 차지
14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6월) 내·외국인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족급여 승인 기준으로 사망한 근로자 399명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47명으로 11.8%의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12.3%까지 늘었던 외국인 근로자 사고사망자 비율은 2022년 9.7%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조선업 등 경기 회복세, 고용허가제(E-9, H-2) 도입 확대 등 영향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외국인 근로자 사고사망자 비율도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 경기 회복세, 고용허가제 도입 확대 등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 유입되며 사고사망자도 전체의 10% 내외로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기반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비전문 취업 비자(E-9), 방문취업(H-2) 비자 확대에 따라 조선업이나 건설현장 등에서 목숨을 잃은 외국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고용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10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기준 고용허가제 외국인(E-9, H-2) 가입자 수는 24만6000명에 이른다. 1년 전(20만5000명)보다 4만1000명이나 증가했다. 고용허가제 외국인의 89.7%가 내국인이 꺼리는 제조업에 집중돼 있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가 대표적인 외국인 근로자 사고사망' 사례다. 해당 화재로 18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산업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가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언어장벽'을 손꼽는다. 워낙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 곳에서 일하다 보니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한 조선업 현장 감독 담당자는 "우리 현장만 해도 10개국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들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자 한 명이 통제하고 있다"면서 "현장 곳곳에 위험한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보니 이들과 실시간으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8월 화성 아리셀 화재사고를 계기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외국인 근로자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의무화하고, 화재 발생 시 대피 방법 등을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또 사업주가 현장 맞춤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쉽게 이해하고 활용 가능한 비언어적·모국어 교육 콘텐츠 제작·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장벽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반영해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외국인 산업재해 승인율은 되레 감소…고용부 "면밀한 재해조사 우선"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늘면서 외국인 산업재해 신청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2020년 8062건 수준이던 외국인 산재 신청건수는 2023년 9543건으로 3년만에 18%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산재 승인건수도 7778건에서 9097건으로 약 17% 증가했다.
다만 산재 승인건수가 신청건수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산재 승인율은 되레 감소하는 추세다. 2020년 96.5%에 이르던 외국인 산재 승인율은 올해 8월 기준 94.2%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로 향후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확대되면 산재 신청건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재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업무 과중도 우려된다.
고용부는 우선 산재 승인과 관련해 원칙대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재 승인율이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면밀한 재해조사 등을 거쳐 산재 승인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