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이 미국 배터리 소재 개발 업체 CAMX파워 양극재의 핵심 특허를 무효화했다. CAMX는 국내 이차전지 및 소재 업계를 상대로 특허 사업화를 추진한 회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특허심판원에 CAMX를 상대로 제기한 양극재 특허 무효심판에서 승소했다. 지난 2023년 4월 무효심판을 청구한지 약 2년 4개월 만에 나온 결과로, 심판에는 포스코퓨처엠도 참가인으로 참여했다.
무효 판정을 받은 특허는 CAMX의 양극재 제조 기술에 관한 것으로, 코발트 사용량을 낮추면서도 양극재 성능을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CAMX 양극재 제조 특허 플랫폼인 'GEMX' 핵심 특허로 알려졌다.
LG화학은 해당 특허가 존속기간이 만료된 CAMX 선행 특허와 동일한 데, 특허를 지속 출원해 유효기간을 연장해왔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으로 CAMX는 다결정 양극재 표면에 코발트를 코팅하는 선행 특허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대상이 된 특허도 다결정 양극재를 이루는 결정 사이(결정립계)에 코발트 농도를 높이는 내용을 담아 제조방법이 사실상 같다는 것이다. 특히 코발트를 추가하는 공정이 동일하다고 판단, LG화학이 무효심판을 청구했는데 특허심판원에서 이를 인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CAMX가 처음 출원한 특허는 다결정 양극재 표면을 코발트로 코팅할 수 있다는 내용이며, 다시 출원한 특허는 동일한 제조방식으로 인해 양극재 결정 사이에 코발트 농도가 높아진다는 내용”이라면서 “특허 효력이 만료되기 전 제조방식이 동일한 특허를 다른 내용으로 출원한 것으로 이번 무효 판정으로 새로운 특허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CAMX는 미국 메사추세츠에 기반을 둔 배터리 소재 기술 회사다. 하지만 소재를 만들어 판매하기 보다 특허를 활용한 라이선싱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30개 이상 국가에 특허를 낸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등 배터리와 양극재 기업들이 CAMX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판정으로 CAMX가 국내 기업들과 추진한 라이선스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핵심 특허가 무효화되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유효성 문제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무효 판정은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특허 장벽에 대한 정당한 도전의 결과”라며 “LG화학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타사의 정당한 특허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