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주저했다. 젊은애들만 모여있는 곳에서 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지난해 플랫폼을 론칭하며 개발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다.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내부에 개발자가 없다 보니 매번 외주업체에 휘둘리며 맘고생이 컸다. 그래서 이번에 플랫폼 피봇(pivot)을 준비하며 비용부담도 낮고 코딩을 몰라도 직접 웹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노코드(nocode)' 개발을 배워보기로 했다.
한달 간 평일 밤, 주말 아침을 고스란히 바쳐야 할 수업 등록에 앞서 가장 걱정됐던 것은 문과생인 내가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보다는, 젊은 MZ세대들이 가득한 곳에서 과연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PR 전문가로서 20여 년간 쌓아온 경력이 있었지만, 이곳에서 나는 완전한 초보자였다. 전체 캠프를 이끄는 이는 20대 후반의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였고 10여 명의 동기생들 대부분이 2030세대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광경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중장년층이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술과 혁신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 배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그들과 함께 공부한 이번 경험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지식 공유 문화였다. 우리 세대나 특히 부모님 세대는 며느리에게조차 자신의 노하우를 꽁꽁 숨기던 시절을 살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지식을 서로 간에 아낌없이 나누었다. 누군가 문제를 겪으면 서슴없이 도움을 주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런 태도는 자연스레 신뢰를 쌓았고, 나이를 뛰어넘는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냈다.
이제 디지털 시대의 영향력은 더 이상 나이나 지위가 아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는가에서 시작된다. 과거에는 단순히 경험에서 나왔던 영향력이, 이제는 시대의 흐름을 함께 하고, 공유하려는 열린 마음에서 나온다. 중장년층인 우리에게도 그것은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우리의 풍부한 경험은 여전히 귀중한 자산이다. 다만 그것을 공유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을 뿐이다.
배움의 ‘세대 역전’ 패러다임 속에서 이제 우리는 안다. 나이가 많거나 적다는 이유로 서로의 가치를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상대방의 강점을 인정하고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나눌 때, 우리는 나이나 직위와 상관없이 서로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이다.
임현정 무버먼한국 & 꺼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