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은 다 계획이 있었다…‘월 180만원’ 택배 뛴 사연

2025-08-10

지잉~.

진동음이 울리는 내 휴대전화 화면에 회사의 재무담당 부사장 이름이 떠 있었다.

‘올 것이 왔구나.’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 상무님,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어요….”

2014년, 당시 내가 소속된 한진해운은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해운사였다. 해운업에 세계적인 불황이 닥쳐 정부 지원이 시급했다. 민간 기업이지만 기간산업이라 불황기 정부 지원은 통상적인 일이었다. 일본·프랑스 등 외국계 해운사 역시 이 시기 모두 정부 지원을 받아 불황을 넘겼다.

한국 정부의 판단은 달랐다. 한진해운에 자구책을 찾으라고 했다. 산업은행 등에서도 정부 결정 없이는 자금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돌아섰다. 정부와 주주에게 회사의 절박한 상황을 알리고 ‘자구 노력’을 보이기 위해 사장 이하 임원진 10여 명의 일괄 사퇴가 결정됐다.

나는 그렇게 27년간 일하며 상무까지 올랐던 한진해운에서 하루아침에 나왔다. (※한진해운은 2년 뒤 파산했다.) 내 나이 53세, 큰애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이었고 둘째는 일본 유학을 가 대학에 다니는 상태였다. 고령의 부모님께 매달 생활비도 보내드려야 했다.

결국 나는 ‘대기업 임원’ 간판을 내던지고 ‘택배 분류 노동자’로 변신했다.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몸은 엄청나게 고됐다. 은퇴 직후 76㎏이던 몸무게는 1년 만에 65㎏으로 확 줄었다.

그리고 나는 또 한 번의 변신을 단행했다. 6년간 이어온 택배 분류업을 그만두고 지금은 ‘시니어 웹툰 작가 강찬영(64)’으로 활동 중이다. 은퇴 후 공부한 동양철학 사상을 내 그림에 입혀 웹툰으로 K-컬처를 표현해 보려 한다.

인생 2막에 주된 직장의 경력을 과감히 포기한 이유, 젊은이들도 며칠 해보고 그만둔다는 고강도 육체노동을 하며 깨달은 점, 시니어 웹툰 작가로 품은 포부가 궁금하신가. 하나하나 알려드리겠다.

은퇴Who 〈목차〉

📌“동종업계 취업 않겠다” 결심한 까닭

📌낮엔 동양철학, 밤엔 택배 분류…주경야독의 기쁨

📌 웹툰으로 BTS 가사 속 동양철학 알려

📌 [은퇴후 조언] 마음 잘 맞는 배우자, 은퇴 이후 든든한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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⑱ 억대 연봉? 홍어는 썰어봐라…2번 사표 쓴 男 ‘피눈물 조언’

⑰ “음주는 물론 마작도 배울 것” 대기업 임원의 ‘불량한 은퇴’

⑯ “연금 빼도 월수입 300만원” 농협 관둔 72세 화가의 반전

⑮ 아아 7000원, 근데 대박 났다…직장 10곳 떠돈 LG맨 창업 비밀

⑭ “방송대 학사 따는 게 취미” 학위만 6개, 할머니 번역가

⑬ 25㎏ 빼고 중년 로망도 이뤘다…‘은퇴 후 목공방’ 59세 전략

⑫ 똑순이 부장님 마흔살 퇴사…연봉 150% 키운 ‘츄파춥스 나무’

⑪ 소변 지린 침대에 코 킁킁…‘연봉 1억’ 임원보다 행복하다

“동종 업계 취업 않겠다” 결심한 까닭

퇴직 초기엔 현재 수준의 벌이를 유지할 자신이 있었어요. 한진해운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동종 업계에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거든요. 근데 그 자리에서도 1년2개월 만에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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