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과거의 납’과 ‘현재의 산성화’를 동시에

2025-12-16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그린란드 해역의 바닷물에서 1990년대 이전 휘발유 첨가제로 널리 쓰였던 납(Lead)이 여전히 높은 농도로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온난화되는 가운데, 해양 산성화 신호도 뚜렷해지고 있어 기후변화와 오염물질의 ‘이중 압력’이 북극해의 화학적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헬름홀츠-젠트럼 히런(Hereon)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EU 프로젝트 ‘ECOTIP’(북극 생물다양성 변화와 그 결과)의 일환으로 그린란드 서해안 일대 해수를 포괄적으로 조사했다. 연구에는 폴란드 과학아카데미 해양학연구소(IOPAN) 등도 참여했으며, 결과는 학술지 Biogeoscience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덴마크공과대(DTU Aqua) 국립수생자원연구소가 주관한 탐사에서 덴마크 연구선 다나(Dana)호를 이용해 30곳 이상 지점에서 표층부터 수백 미터 심층까지 물 샘플을 채취했다. 이후 탄소순환과학 연구진이 수백 개 샘플을 대상으로 영양염, 용존 이산화탄소, 미량원소 등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는 해양 화학 성분과 오염물질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세한 흔적 수준의 물질까지 감지할 수 있는 분석법”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납이다. 납은 1990년대까지 휘발유 첨가제로 사용되며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됐고, 바람을 타고 인구 밀집 지역에서 북극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미국·유럽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남부 그린란드 해역에서 높은 농도가 확인됐을 뿐 아니라, 더 북쪽 해역에서도 납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더 북쪽에서도 납이 발견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남쪽에서 해류를 통해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중금속 오염이 자연계에 얼마나 오래 잔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현재와 미래의 유해물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가 해양 화학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탄산을 만들면 바다는 점차 산성화되고, 연쇄 반응으로 물속 탄산칼슘 농도가 줄어들 수 있다. 홍합·달팽이 등 패각을 만드는 생물은 탄산칼슘이 필요해, 농도가 낮아질수록 이를 확보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산성화가 지속되면 패각 형성·성장·번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북극 해역에서 산성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그린란드 근해 해양 상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스냅샷으로, 기후변화가 해양 화학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슈미트는 “수십 년 동안 측정되지 않았던 물질들이 많아 지식의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며 “금속류는 1990년대에 마지막으로 자세히 연구된 뒤 공백이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북극 해역의 생태계 변화와 인간 사회에 미칠 파급 효과를 예측·모니터링하기 위해, 오염물질의 장기 잔류와 산성화의 진행을 함께 추적하는 관측 체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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