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연기’라는 공감…감정노동 시대를 위한 배우 이주화의 따뜻한 제안

2025-06-19

30년간 무대 위에서 수많은 배역을 살아낸 배우 이주화가 이번엔 조명 대신 강연장을 택했다.

최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서 열린 공직자 대상 특별 강연에서, 그는 ‘연기’라는 언어로 삶을 풀어내며, 새로운 무대에 섰다.

이날 강연의 제목은 ‘인생도 연기, 감정노동 시대의 공감과 표현’이었다. 이주화는 배우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 그동안 쌓아온 내면의 기술로 청중의 공감대를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숨죽이던 강연장은 어느새 진지한 웃음과 공감의 호흡으로 물들었다.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질문이 넘쳐났다. 그것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법을 배우고자 하는 간절함이었다.

이주화는 “감정도 연기처럼 훈련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단순히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객관화하고 다독이는 기술이다.

이주화는 ‘말과 몸, 감정의 거리두기’와 ‘나를 지키는 연기의 기술’이라는 두 챕터를 통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보이지 않는 감정의 무게를 헤아리며 위로했다.

“공무원도 감정노동자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민원인을 만나고, 자신을 눌러야 하는 일이 반복되죠. 그러다 보면 정작 내 감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나는 나를 잃게 됩니다. 그럴 때 연기라는 렌즈를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면, 조금은 숨 쉴 수 있습니다.”

그의 강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키워드는 ‘생활 속 연기’다. 말 그대로의 가짜 연기가 아니라, 민원에 진심으로 대응하면서도 나를 다치지 않게 지키는 법. 감정과 말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두는 법. 그것은 결국 자신을 회복하는 연기다.

강연의 말미, 이주화는 무대 위 배우가 아닌,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담담한 위안을 건넸다.

“저는 무대에서 연기하지만, 여러분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우리가 서로의 관객이자 동료가 되어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주연처럼 살아가길 바랍니다. 당신의 무대는, 지금 이 순간입니다.”

한 편의 연극처럼, 강연은 그렇게 끝났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다. 진정성으로 채운 배우 이주화의 강연은 삶과 연기의 경계를 허물며, 청중 각자의 무대까지 잔잔히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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