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시대, 안전 보장책 필요

2024-07-02

서울서 교통사고 9명 사망

면허반납 10만원 '실효성 無'

“이동권만 제한” 비판도

경기연 “교차로 신호 늘리고

표지판 키우는 등 고려해야”

1일 서울시에서 9명이 숨진 교통사고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는 고령자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하는 상황이다. 4년 전 경기연구원은 고령 운전자를 고려한 교통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놔 추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운전자 A씨가 200m 거리를 역주행하다 낸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사망했다. A씨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는데, 68세의 고령이었다.

A씨의 사례처럼 경기지역에서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는 최근 5년 동안 5000여건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한 해 평균 94명이 숨지기도 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6445건(109명), 2020년 7684건(68명), 2021년 6883명(55명), 2022년 5035건(113명), 2023년 9170건(124명)의 사고가 났다.

▲효과 없는 '면허 반납 유도'

경기도는 이들의 사고 예방 차원에서 2019년부터 면허 반납 유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주는 게 골자다.

도는 2019년 1만9683명, 2020년 1만8925명, 2021년 2만1099명, 2022년 2만7238명, 2023년 2만6418명의 면허를 각각 받았다.

그러나 노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비율로 따졌을 때 2% 정도에 불과하다. 도는 면허 반납자 대부분이 생업을 위해 일상적으로 운전하는 게 아니라 아예 운전하지 않는 경우라고 했다. 반납률 자체로 봐도 그렇고 현장에서의 사업 효과는 미미하단 얘기다.

게다가 이 사업은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제한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앞서 정부도 올해 5월 도의 사업보다 나아간 '조건부 면허제' 정책을 발표했다가 반발을 샀다. 당시 정부는 “나이와 관계없이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고령 운전자 고려한 시설개선 이뤄져야”

이 때문에 교통상 안전을 확보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이동·결정권을 보장한 대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연구원은 2020년 11월 발간한 '초고령사회 대비 고령 운전자를 고려한 도로교통시설 개선방향 연구'를 통해 이런 제언을 내놨다. 연구엔 김병관 위원, 손슬기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는 고령 운전자 수만큼 이들의 사고도 늘어날 것이기에 개선책이 필요하단 취지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고령 운전자를 고려한 교통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고령 운전자는 교차로를 통과할 때 큰 어려움을 겪기에 신호에 대한 대처 반응 시간을 8.5초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반응 시간을 늘리기 힘들다면 경고 표시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도로 표지판들의 규격을 키우고 형식도 도식화해서 안내해야 하는 등 바꿔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관계기관인 국토교통부·경찰청·지자체 간의 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현 대책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했지만, 대책이 뚜렷하지가 않다”며 “경기연구원에서 내놓은 정책은 시행하진 못했는데, 기관 간의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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