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그룹, 롯데물산 활용법 '합병→자금창구'

2024-09-12

[FETV=김선호 기자] 롯데그룹이 계열사 롯데물산의 활용 전략을 변경했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연기 되면서 지주사 전환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하자 그 대안으로 롯데지주와 롯데물산 합병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이조차 무산되자 롯데물산을 투자 실탄 마련을 위한 자금창구로 활용할 방침이다.

12일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물산의 자산을 재배치한 후 롯데지주와 롯데물산을 합병하는 안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며 “현재는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롯데물산의 자금을 투자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롯데물산 활용 방안의 변경은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연관돼 있다. 애초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 2017년 설립한 롯데지주와 합병시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희석시키고자 했다. 한·일 롯데 간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이 무기한 연기됨에 따라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이와 함께 계열사 간 얽혀 있는 지분구조를 정리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논의됐다.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국내 계열사의 지배력을 갖추기 위한 대책으로서 롯데물산이 수면 위로 부상한 배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의 지분을 축소하고 주주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해 종합적인 개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은 2016년 철회신고서를 공시한 후 현재까지 연기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른 대안은 2022년 정기인사에서 외부 출신인 안세진 사장이 호텔군HQ 총괄대표로 선임되면서부터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주요하게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가 보유한 유형자산을 롯데물산에 집중시키는 등 자산을 재배치하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이를 위해 호텔군HQ를 중심으로 한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물산 재무담당자 회의체가 구성됐다. 여기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롯데물산을 롯데지주에 흡수합병시켜 우회상장을 시도하고자 했다.

롯데지주가 롯데물산을 흡수합병하면 순수 지주사에서 사업형 지주사로 변화하게 되고 레지던스 분양, 월드몰·월드타워의 계열사 임대, 쇼핑몰·오피스·포디엄 등의 운영에 연계한 임대수익, 주차장·단지공용관리 등 기타수익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계열사의 고위 임원 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자산 재배치 작업이 무기한 연기됐고 회의체 또한 해체되는 수순을 거쳤다. 안 사장은 2023년 정기인사에서 호텔군HQ 총괄대표에서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했다. 롯데물산의 롯데그룹 내 역할이 불투명해진 시기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이 한일 롯데 간 협업에 나서면서부터 캐시카우로 거듭나고 있는 롯데물산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국내 롯데지주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출자를 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또한 올해 일본 롯데홀딩스는 현지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를 설립하고 관련 투자처 확보로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롯데홀딩스로서는 이를 위한 투자금 확보가 중요해지는 만큼 롯데물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활용하고자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물산의 최대주주는 6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이외의 지분은 호텔롯데가 32.83%, L제2투자회사가 5.25%, 신 회장이 1.82%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롯데물산이 배당을 시행하면 롯데홀딩스가 받는 지급액 규모가 가장 크다.

롯데물산의 실적을 더욱 개선하기 위한 전략에서 롯데리츠(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주식회사)와 협업도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리츠가 보유한 자산을 롯데물산이 관리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등의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물산은 그룹과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면서 역할과 목표 등을 설정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는 수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과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에 대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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