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의 글로벌 순익이 소폭 늘었지만 성장세가 둔화되고 비중은 낮아졌다. 그룹이 내세운 '2030년 글로벌 이익 비중 30%'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트남·일본 편중에서 벗어나 현지화·디지털·투자금융을 강화하는 전략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의 글로벌 부문 순익은 43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다. 하지만 그룹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2%로 지난해 같은 기간(15.0%) 대비 0.8%포인트(p) 떨어졌다.
지난 2023년 상반기 신한금융의 글로벌 순익(3103억원) 비중은 11.8%에 그쳤으나 이듬해 4108억원으로 32.4% 급증하고 비중도 15.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 들어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되고 국내 이익은 크게 증가하면서 그룹 내 비중도 쪼그라들었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성장세가 주춤한 배경으로는 특정 시장의 높은 의존도가 첫 손에 꼽힌다. 지난해 기준 신한금융의 해외 순익 가운데 베트남 비중은 42%, 일본은 23%에 달했다. 두 시장 성과에 따라 글로벌 성적표가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베트남은 경기 둔화와 금융 규제 강화라는 변수에 직면해 있고 ,일본 역시 금리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다. 제2, 제3의 베트남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성장 목표가 공언(空言)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진옥동 회장, 해외 직접 방문하며 글로벌 전략 강조
진옥동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를 강조해왔다. 지난 4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찾아 현지 금융당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5월에는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폴란드 바르샤바를 잇따라 방문해 유럽 주요 기관투자자 대상 IR을 추진했다.
진 회장이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국내 이익 기반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저성장, 금리인하, 가계부채 규제 강화 등 악재가 산재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 확보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진 회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수차례 언급해 왔다.
진 회장의 이 같은 노력은 해외 법인의 가시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 2024년 신한베트남은행은 2640억원, SBJ은행은 1486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각각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3.4%, 17.0%씩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116% 급증한 순이익 164억원을 기록했고, 신한카드 역시 베트남 법인 등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신한카드 해외법인의 총 순이익은 약 1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2030 글로벌 30% 달성, 신시장 개척·체질개선이 열쇠
다만 올해 신한금융의 해외 성적표는 목표와 괴리가 크다. 글로벌 부문이 외형 성장을 이어가더라도 비중 확대 없이는 '2030년 글로벌 30%'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특정 시장 편중을 줄이고 신시장 개척 속도를 높이는 전략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베트남·일본을 넘어 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성장 여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며 "현지화 사업모델 고도화, 디지털 전환, 투자금융(IB) 강화 등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신한금융이 내건 '2030 글로벌 30%'는 단순히 수치가 아니라 그룹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규제 리스크에도 흔들리지 않을 건강한 체질을 갖추는 것이 목표 달성의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