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대가들 폐암 부르는 공포…정부 '주방의 살인자' 찾는다

2024-12-25

정부가 급식 조리사 폐암 발병 원인으로 꼽히는 ‘조리흄’(Cooking Fumeㆍ조리매연)을 대기오염물질로 분류하고, 종합 관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25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집단급식소 등 조리 시설을 미세먼지 배출원에 포함하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내용의 제5차 실내공기질 관리계획(2025~2029)을 확정했다.

먼저 4만7000여개 집단 급식소의 조리흄 배출량부터 정확히 측정한다. 이를 위해 집단급식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체계를 정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대기오염 물질처럼 배출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해야 이를 기반으로 저감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리흄은 고기 조리 과정에서 기름이 타며 발생하는 연기와 수증기,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공기 중의 미세 입자와 혼합된 매연물질이다. 조리흄을 다량 흡입하면 폐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등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상태다. WHO는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는 ‘주방의 살인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12년 근무한 조리원이 2018년 폐암으로 사망하는 등 급식 노동자의 폐암 발병이 잦아지며 문제가 불거졌다. 학교 외에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10년 이상 일한 두 명의 조리원이 폐암에 걸리는 등 산업계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부터 관련 노동자의 폐암을 산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 9월 기준 급식노동자 전체 3만9912명 가운데 52명이 폐암에 확진됐고, 379명이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 소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식 노조가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면서 서울·경기·세종 등 7개 교육청이 2027년까지 관내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에 약 9064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지난 11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조리흄 다량 발생 시설에 환기설비를 개선하고 미세먼지 저감시설을 설치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조리흄을 대기오염물질로 분류해 체계적인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 내년도 환기시설 교체 예산 절반↓

하지만 급식 노동자들은 “대책이 지지부진하다”며 반발한다. 정부의 종합 대책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고, 당장 시설 교체를 해야하는데 최근 서울시 교육청이 내년도 환기시설 개선 사업비를 본예산(약 571억원)의 절반 미만(약 284억원)으로 줄이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축으로 전체 예산안 규모가 줄었다는 입장이지만 급식 노동자들은 이를 계기로 지난 6일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리흄 문제는 미국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의과대학(캘리포니아주 소재) 연구진은 비흡연 아시아계 여성의 발병률만 매년 2%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 모든 미국 성인 집단의 폐암 발병률은 감소 추세다. 미국 언론은 “과학자들이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하면서 중국, 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과거 폐암 발병 연구 결과를 보면 조리흄이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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