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 9.3%…표본평가 전환 이후 최대
코로나 학교수업 단절 영향…비대면 풀리자 디지털교육 열풍
"'문해력 기반' 어휘, 독서로 습득…AI 시대일수록 더 우선시해야"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어과목 기초학력이 역대 최악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해력 저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과연계 기반 독서 등 독서를 학교 교육과정에 편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고2 학생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1수준) 비율이 전년보다 0.7%포인트(p) 상승한 9.3%로 나타났다. 이는 전수조사 방식이었던 학업성취도평가가 표본 평가로 전환한 2017년 이후 역대 최대 비율이다.

중3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 역시 10.1%로 전년보다 1%p 상승했다. 역대 2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지난해 고2의 경우 중학교에 입학한 시점인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영향으로 학교 수업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단절된 것이 국어 성취도에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고2 학생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3~5%대였다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6.8%로 올라간 뒤 매년 ▲2021년 7.1% ▲2022년 8.0% ▲2023년 8.6% ▲2024년 9.3%로 상승 중이다.
일상에서 디지털기기 사용이 늘어난 것에 더해 팬데믹 종료 이후 학교에서도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문해력을 더욱 떨어뜨린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해 10월 한글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52.5%에 달했다. 그 원인으로는 스마트폰, 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교육계에서는 문해력을 끌어올릴 수단으로 독서를 꼽고 있다. 교총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의 문해력 개선을 위해 필요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독서활동 강화(32.4%)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독서를 개인이나 가정에 맡기기보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공교육에 독서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정책포럼에서 "스마트 기기의 부정적 영향과 독서 시간의 감소 등이 초래한 문해력 저하는 곧 기초학력 부진과 학습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문해력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어휘력의 경우 독서활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독서교육을 개인이나 가정에 맡기기보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이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교육부 차원에서 문해력 향상 체계를 구축했다. 2015년부터는 중등학교 교과 과정에 '도덕 및 시민 교육'을 정규화하고 해당 수업에서 문학 텍스트를 활용한 시민성 토론과 글쓰기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김영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은 "프랑스의 독서교육은 제도적·문화적·교육적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며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연대, 사회적 평등성 강화, 시민 참여 역량을 길러주는 공화주의적 응집력 형성 도구"라며 "독서를 중심에 둔 독서교육은 세대와 배경을 넘어선 사회적 통합의 핵심 수단"이라고 짚었다.
AI 시대의 도래로 독서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김종윤 진주교대 교수는 "AI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독자들은 전통적인 문해력 교육 외에 인공지능과 더불어 의사소통하고 학습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기능, 태도를 지닐 수 있어야 한다. 그중 AI가 생성해 제시한 텍스트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며 "독서를 교육할 때는 AI의 활용 이전에 깊이 읽기, 비판적 추론, 사유의 확장이라는 핵심적인 역량을 기르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