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 사적 남용으로 비판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종묘 차담회’ 논란과 관련해 국가유산청이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궁궐이나 종묘 내 장소를 사용할 때 정부 행사 등은 예외를 뒀는데 이 조항을 삭제하고 심의 기준 등을 명확히 해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본부장 명의로 글을 올려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 행정예고를 했다. 궁능유적본부는 경복궁과 창덕궁 등 주요 궁궐과 조선 왕릉, 종묘 등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궁능유적본부는 “궁능유적 촬영 및 장소사용 허가 관련 분산된 규정을 통합하여 심의 기준 및 대상 등을 명확히 하고,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예외 적용기준 삭제 등 현실에 부합하게 정비하고자 한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궁궐이나 종묘 안의 장소를 사용하거나 촬영하려면 궁능유적본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제34조(장소사용허가의 예외)에 따라 국가유산청장 또는 궁능유적본부장이 주최·주관하는 행사 및 국가원수 방문 등 정부 행사는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했는데, 이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삭제하기로 했다.
국내외 주요 인사 등이 방문했을 때 모니터링을 한 뒤 결과를 14일 이내에 국가유산 전자행정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는 규정도 명문화했다. 제39조(장소사용허가에 대한 감독)은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을 뒀는데 이를 삭제했다.
개정안은 궁·능 유적 안에서 촬영을 할 때 적용하는 기준도 손질했다. 촬영은 목적과 결과물의 성격에 따라 상업용(영화, 드라마, 광고 등을 위한 촬영)과 비상업용(기념촬영, 뉴스 보도 등)으로 구분할 방침이다. 무인기(드론) 등을 이용한 항공 촬영에 관한 규정도 담겼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김 여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종묘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사과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은 같은해 12월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장소 사용 허가 관련 규정 해석에 있어 엄밀하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이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김 여사의 종묘 차담회가 사적 사용이 맞느냐’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사적 사용이 맞다”고 답한 뒤였다.
궁능유적본부는 다음달 13일까지 각계 의견을 검토하고 규정을 손질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