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美 FDA 문턱 넘은 항암 신약 렉라자
대표 부임 이후 가파른 실적 성장
R&D 기반 포스트 렉라자 발굴 ‘주력’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누군가(Who)의 이야기를 후(Who)련하게 파서 보여드립니다. 이 코너에 꼭 등장했으면 좋겠는, 혹은 등장하지 않으면 서운할 인물이 있다면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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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가.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이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통상 정치나 혁신 분야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을 비전가로 칭한다. 기업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경영자에게 비전가라는 호칭이 붙는다.
제약 기업에서의 비전은 단연 신약 개발이다. 신약 개발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 매출 증대는 모든 제약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의 비전 또한 신약 개발에 있다. 지난해 조 대표가 이끄는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기반으로 국산 항암제 시장의 획을 그었다.
“우리의 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진입하기 위해 렉라자가 글로벌 혁신 신약으로 성공적인 출시가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제2,3의 렉라자를 조기에 출시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다해야 합니다”
2024년 1월 조욱제 대표의 신년사다. 조 대표는 당시 렉라자 미국 진출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그 해 8월 렉라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데 성공한다. 국산 항암제 가운데 FDA 문턱을 넘은 것은 유한양행 렉라자가 최초다.
렉라자 FDA 승인에 따라 유한양행의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이라는 비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렉라자가 연 매출 1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타이틀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선두에 선 조 대표의 전략이 주목 받고 있다.
조욱제 대표는 2021년 3월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정희 전 사장의 뒤를 이어 22대 대표에 올랐다. 1987년 영업사원으로 유한양행에 입사한 지 34년 만이다. 2026년 100년을 맞는 유한양행이 대표로 조 사장을 발탁한 배경에는 적극적인 신약 개발 추진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조 대표는 취임 이후 “기술력 하나로 세계 10위권 제약사에 오른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처럼 R&D로 승부하는 신약 개발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포스트 렉라자·글로벌 50위 제약사…조욱제 대표의 다음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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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제 대표는 신약 개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 R&D 중심의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매년 전체 매출의 약 20% 이상을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2711억원으로, 조욱제 대표 취임 이전인 2019년 1382억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조욱제 대표가 부임한 전후로 유한양행 실적은 가파르게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2020년 매출 1조6198억원, 영업이익 84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 매출 1조6878억원, 영업이익 486억원을 달성했다. 이런 실적을 토대로 유한양행은 세계 100위권 제약사에 진입했다.
유한양행의 다음번 목표는 글로벌 50위권 제약사 진입이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매출은 전년 대비 11.2% 증가한 2조677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매출로 전통 제약사 가운데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유한양행이 최초다.
조욱제 대표는 포스트 렉라자에 대한 동력을 확보해 장기적인 성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지아이오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YH35324’의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비알콜성 지방 간염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 경우 베링거인겔하임과 파트너십을 체결,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제2,3의 렉라자를 만들겠다는 조욱제 대표의 비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신약 개발로 투자로 인한 수익성 개선은 과제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영업이익은 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본격적인 렉라자 판매로 인한 외형 성장과 반대되는 성적이다. 유한양행 측은 투자를 위한 R&D 비용 증가가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일종의 기회 비용이라는 것이다.
조욱제 대표는 취임 이후 렉라자 탄생과 100주년이라는 거대 변곡점을 맞이했다. ‘송풍파랑’ 신년사를 통해 언급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그의 비전이 어떻게 실현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