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 전주국제영화제] 뚝심의 선택…영광의 수상작들 들여다보니

2025-05-07

창작자 자신만의 영상언어로 세상 바라보고 표현한 작품 다수

사회 다양성 반영한 과감한 목소리와 여성연대의 삶 다룬 작품 수상

한국단편경쟁 수상작 모두 여성 감독 차지…여성 영화인 강세

다큐멘터리 영화 두드러진 활약…국제경쟁 작품상·특별상 다큐작품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전주국제영화제는 이 슬로건 하나에 모든 게 포함돼 있다. 볼 영화도 틀 영화도 없다는 한국영화의 위기 속에서도 전주국제영화제는 소재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선을 넘으며 영화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시네필들 사이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수상결과는 “받을만한 영화에게 트로피가 돌아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작들은 어땠을까. 올해 두드러진 경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영상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려는 창작자의 노력과 과감한 목소리, 그리고 여성연대의 삶이다. 영화 <시인의 마음>이나 <저항의 기록>과 같은 작가성 뚜렷한 작품부터 <3670>이나 <여름의 카메라>처럼 사회 다양성을 반영한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까지 골고루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국제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감독의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는 뉴욕 브롱스의 도미니카계 미국인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이방인’이라는 소재를 지적이고 절제된 영화언어로 표현해 주목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다큐적인 요소와 과감하게 생략을 수용하는 연출 그리고 매력적인 연기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진 작품”이라며 “이러한 작품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이 놀랍다”고 총평했다.

한국경쟁 부문 배급지원상, 왓차상, CGV상, 배우상까지 4관왕을 달성한 박준호 감독의 <3670>은 LGBTQ를 전면에 내세워 상영 전부터 이목을 끈 작품이다. 한국 사회의 초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는 탈북 게이 청년의 이야기를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그려냈다. 어둡고 우울한 성소수자의 모습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감정에 초점을 둔 멜로 영화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국단편경쟁 수상작들은 모두 여성 영화인들의 몫이 됐다. 한국단편경쟁 대상은 <겨우살이>를 연출한 황현지 감독이 차지했고, 감독상은 <불쑥>의 김해진 감독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이 뜨거운 논쟁을 벌인 심사위원 특별상도 <별나라 배나무>를 연출한 신율 감독이 수상하며 여성 영화인들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6일 열린 시상식 현장에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농담이었지만 “여성 국제영화제인줄 알았다. 남성 감독들도 분발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지점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두드러진 활약이다. 2년 연속 다큐멘터리에서 200편 넘는 작품이 출품되면서 영화 형식과 장르가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했다. 국제경쟁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천더밍 감독의 <시인의 마음>과 심사위원 특별상의 영예를 안은 알레한드로 알바라도 호다르‧콘차 바르케로 아르테스 감독의 <저항의 기록>은 변화무쌍하고 창의적인 영화적 서사로 큰 호평을 받았다. 특별부문 다큐멘터리상(진모터스 후원)을 수상한 김일란 감독의 <에디 앨리스>는 정치사회적 변화 속에서 인간에 대한 탐구와 감독의 예술적 고민을 담아내 영화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상영작만큼이나 수상작들도 다양성과 예술성, 작품성을 고루 갖춘 수작들이 영광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내년 영화제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가 관객들을 기다릴까.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며 편견과 경계를 뛰어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다음 챕터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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