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합니다.”
14일 오후 4시 5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은 초조한 듯 말 없이 뉴스가 나오는 스크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10분 전까지 축제 분위기였던 현장은 긴장감 가득한 침묵이 가득했다.
오후 5시께 우원식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한다”는 말을 하자마자 국회의사당 일대는 순식간에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시민들은 일면식도 없는 옆 사람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고, 감격을 주체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표결 발표 전 나오던 “윤석열 탄핵”, “내란수괴 퇴진하라”는 구호는 이내 “체포해”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만세”라는 외침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손에 쥔 응원봉과 피켓, 깃발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흔들었다. 하늘로 주황색 풍선을 날려보내며 손을 흔들고 춤을 추는 시민들도 있었다.
탄핵 가결 선포 장면을 간직하려는 듯 휴대전화로 연신 스크린을 촬영하는 시민도 있었다. “기분이 좋다”며 스크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도 눈에 띠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40대 공무원 정 모 씨는 눈물을 흘리며 “지난주에 집회에 못나왔는데 딸 뻘 되는 학생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직 우리나라가 끝난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며 “마지막까지 국회 수사기관 각각 각자의 역할 제대로 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진(66) 씨는 “오늘은 우리나라와 국민들이 다시 태어난 날이다”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다섯번 째 집회에 참여한다는 20대 A 씨는 “탄핵 산을 넘었으니 이제 구속으로 가야한다”며 이내 흘러나오는 가수 빅뱅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30대 정문영 씨는 “헌법재판소라는 관문이 남았으니까 끝까지 국민들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구속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여의도 일대에는 오후 4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9만 8000명의 시민이 몰렸다. 시민들이 몰리면서 경찰들도 인파관리에 나섰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시민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지자 경찰은 횡단보도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부터 진입하는 시민들을 통제했다. 일부 시민들은 응원봉을 들고 질서유지를 돕고 있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인파가 몰리자 오후 한 때 여의도역과 국회의사당역 무정차 통과 조처를 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판결이 날 때까지 직무정지 된다.
향후 국회에서 탄핵소추의결서가 헌재로 송부되면 헌재는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주심을 지정한다. 탄핵소추위원은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맡는다. 이후 공개변론이 진행되며, 윤 대통령은 출석을 하지 않아도 심리는 진행된다. 선고는 사건접수일로부터 180이내에 이뤄진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