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하이 주얼리 목걸이, 완성까지 4000시간 걸리기도 [더 하이엔드]

2025-07-17

앙 에킬리브르 컬렉션 공개 현장에서는 까르띠에 메종의 전문 장인들의 시연도 있었다. 대표 제품인 ‘팬더 덩틀레’ 네크리스의 작업 과정 일부를 보여줬는데, 팬더의 틀을 만들거나 광택을 내는 작업 하나만으로도 수십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신규 컬렉션을 내기까지 보통 2~3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사실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장인의 손놀림을 지켜보며 하이 주얼리가 완성되기까지의 긴 여정이 궁금해졌는데, 그 답은 이번 컬렉션의 기념해 발간된 동명의 도록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은 주요 제품과 함께 12페이지에 걸쳐 작업 과정뿐 아니라 파리 공방의 분위기, 내부 환경, 협업 절차 등을 자세히 담았다.

그저 평범한 사무실이나 다름없는 공방은 초봄과 초가을, 일 년에 두 번 중요한 순간을 맞는다고 한다. 중앙 커다란 테이블 위에 다이아몬드· 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부터 오팔·자수정·투르말린 등까지 최상급 원석이 가득 펼쳐지는 때다.

12명의 디자이너는 차례로 입장해 디자인의 시작점이 될 보석들을 점찍는다. 책 속에서 하이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클린 카라치는 이 장면을 두고 “넘치는 집중력 덕에 이들의 눈에 별이 빛난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모든 것이 보석에서 시작된다”는 까르띠에의 원칙을 되새기자면 그 무게는 훨씬 더하다.

미리 정해진 컬렉션 주제에 맞춰 디자이너는 스케치를 시작한다. 샤프로 직접 그리고, 태블릿에 수정한 뒤 3차원으로 바꾼 뒤 최종적으로 색을 칠하는 식이다. 여기서 카라치가 주문하는 건 세세한 수정이 아니라, ‘덜어내라’ 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보석에 온전히 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수개월 뒤 디자인 최종 확정되면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친다. 일명 ‘크리에이티브 위원회’다. 크리에이티브 부서 임원, 기술 전문가, 공방 대표, 세일즈 전문가 등이 모인 이 자리의 멤버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디자인을 평가한다. 이 시스템은 1919년 루이 까르띠에가 직접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최종 승인이 나더라도 끝은 아니다. 위원회는 ‘정말 까르띠에 스타일이 맞는가’를 고심하며 추가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까르띠에 스타일이란 빛과의 상호 작용부터 자유로운 움직임, 금속과 보석의 유연성 등에 부합하는가다. 또 장식은 전체 구성 내에서 의미가 있을 때만 정당화되며,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원칙이기도 하다. 공방 곳곳에서 들리는 “과도하지 않게”라는 주문은 이번 앙 에킬리브르 컬렉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같은 엄격한 개발 및 제조 과정을 의미하는 ‘dev’는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매달 위원회의 새로운 승인 스탬프가 찍힌 약 30개의 디자인이 아틀리에의 수석 장인들에게 전달되는데, 제작이 시작되기 3개월 전부터 디자이너는 어떤 보석상, 보석 세공인, 주조공, 세팅공, 연마공이 참여할지 결정한다.

까르띠에의 장인들은 약 250명. 평균 연령 38세지만 많은 장인이 아주 어릴 때부터 팀에 합류해 일한다고 한다. 이들은 하이 주얼리 한 작품을 만드는데 수백 시간을 공들인다. 정교한 이중잠금장치를 고안하고, 변형 가능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링 퍼즐을 풀고, 메커니즘을 개선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복잡한 목걸이를 완성하는 데 최대 4000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브랜드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각자의 파트에서 디자이너의 도면 사본에 따라 최종 작품을 향해 가고, 수천 시간의 작업 끝에 사파이어가 쏟아지는 목걸이나 루비로 빛나는 팔찌를 탄생시킨다. 하지만 홀마크를 받기 전까지도 최종 검사가 이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전 세계 미디어와 VIP를 초대한 첫 챕터를 통해 세상에 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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