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명세서 교부 안 하면 과태료 500만원 이하
#올해 3월 3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새 직장을 알아보던 A씨는 구직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지난달 중소기업 사무 보조직으로 취직했다. 그런데 첫 월급을 받고 난 뒤 임금명세서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자신이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어서 임금명세서를 안 주는 건지 알쏭달쏭했다. 회사에 공식 문제 제기를 해도 될지, 만약 회사가 법을 위반한 거라면 과태료는 얼마나 부과될지도 궁금했다.
17일 근로기준법을 보면 A씨의 사업주처럼 임금명세서를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필수사항을 누락 또는 거짓 기재해도 마찬가지다. 다만 25일의 시정 기한 내에 위반사항을 시정하면 과태료 부과는 면제된다.
2021년 11월부터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사용자의 임금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됐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공유하고,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간 액수 등에 대한 다툼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임금명세서에는 임금의 구성항목 및 계산방법, 공제내용 등이 담겨 있어야 한다. 서면으로 교부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메시지도 서면에 포함된다.
임금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된 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직장인 4명 중 1명꼴로 명세서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9월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23.8%에 달했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낮을수록 임금명세서를 못 받았다는 답변이 많았다. 300인 이상 기업(13.1%)보다는 5인 미만 기업(55.7%)에서, 정규직(9%)보다는 비정규직(46%)에서 상대적으로 ‘미교부’ 응답이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법 시행 이후 임금명세서 미교부로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금명세서가 없으면 노동자는 임금체불을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노동자가 신고하고 나서야 한 번에 수개월, 수년 치 임금명세서를 전달한 사용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시정했다’며 봐주는 것은 감동 당국이 앞장서서 법의 취지를 훼손해 기초노동질서 위반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집중 관리 감독과 법 위반 사업주들에 대한 엄격한 과태료 부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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