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대가리’라 놀리지 말아요…우리도 인지 능력이 있거든요

2025-01-16

거울 보는 물고기

고다 마사노리 지음 | 정나래 옮김

글항아리 | 264쪽 | 1만8000원

머리가 나쁘다는 의미를 담은 속된 표현으로 ‘붕어 대가리’라는 말이 있다. 척추동물 중에서도 하등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텐데, 이는 시정되어야 할 편견인 것 같다.

일본 오사카시립대에서 물고기 인지능력 연구팀을 이끄는 동물사회학자 고다 마사노리는 ‘물고기도 인간처럼 자신을 인식한다’는 가설을 세워 이를 과학적으로 논증했다. 2019년의 일이다. 당시 미국 과학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실려 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고다의 연구 내용은 이랬다.

농어목의 작은 물고기인 청줄청소놀래기가 있는 수조에 거울을 설치하고 행동을 관찰했다. 이 물고기는 몸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려는 습성이 있다. 실험팀은 물고기의 턱 아래에 기생충과 비슷한 갈색 표시를 하고 실험을 진행했는데 물고기들이 거울을 통해 자기의 모습을 확인한 뒤 수조 바닥에 몸을 비비며 이를 털어내려는 행동을 하는 것이 발견됐다. 즉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인지했다는 과학적 실험결과였다.

새로운 발견은 화제만큼이나 비판도 불렀다. 특히 인간과 영장류가 지닌 지성의 본질을 오랜 시간 연구해온 거장 프란스 드 발 교수와 고든 갤럽 교수가 비판 의견을 표명한 대표적 인물이었다. 난관에 부딪힌 고다는 이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꼼꼼한 실험 결과로 반론한다. 일련의 지난하고도 성실한 과학적 여정을 담은 결과물이 이 책이다.

혹자는 가설이 급진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꾸준히 제기하는 타당한 근거에 납득이 간다. “가설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타당성이 입증되리라고 본다”는 저자의 말처럼 지난한 여정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 또 그가 제시하는 “지금까지 구축했던 인간 중심의 가치관을 재고해봐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는 질문에 대한 고민과 연구도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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