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를 홀린 피아노 선율 올해도 한국에 흐른다

2025-02-04

일본의 인기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후지타 마오

2·3월 잇달아 내한 리사이틀

일본은 클래식 강국이다. 오케스트라의 실력, 콘서트홀의 수준, 관객층 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실력 있는 솔로 연주자들도 꾸준히 배출한다. 한국의 스타 조성진·임윤찬만큼의 센세이션은 아니지만,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연주자가 많다.

쓰지이 노부유키(37)·후지타 마오(27)·스미노 하야토(30)는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일본의 젊은 피아니스트다. 선천적 시각장애가 있는 쓰지이는 2009년 밴클라이번 국제콩쿠르 공동우승을 하며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일본 피아니스트 최초로 도이치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쓰지이는 지난해 첫 내한 리사이틀에 이어 다음달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다시 리사이틀을 연다.

후지타는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 일본 피아니스트 최초로 소니클래식과 계약했다. 2023년 셰몬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난 후지타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도쿄대 공대 출신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스미노는 2021년 비전공자 최초로 쇼팽 국제콩쿠르 준결승에 진출했고,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을 전석 매진시켰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경향성을 찾기는 어렵다. 아티스트들은 하나같이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연결 고리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도 “‘일본 피아니스트’의 특징이 있다고 하긴 어렵다”며 “쓰지이는 기술적 완벽성보다는 특별한 감수성을 표현하는 데 강점이 있다. 후지타는 모차르트 연주에서 알 수 있듯 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연주를 한다”고 말했다. 쓰지이, 후지타, 스미노의 내한공연을 주최한 마스트미디어 관계자는 “올해는 한·일 수교 60주년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쓰지이와 후지타의 지난 한국 공연 반응이 좋아서 올해 공연도 추진했다”고 말했다.

쓰지이는 최근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얌전하게 관람하는 일본 관객과 달리 지난 한국 공연에서 관객이 열광적으로 반응해 기억에 남는다. 콘서트홀도 좋았다.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했다”고 돌이켰다.

선천성 소안구증을 갖고 태어난 쓰지이는 두 살 때 어머니가 부른 ‘징글벨’ 노래를 듣고 장난감 피아노를 치며 악기를 접했다. 점자 악보를 익히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오른손과 왼손으로 나눠 연주한 녹음을 반복해 들으며 곡을 암기한다. 피아니스트가 되는 데는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자연 속으로 쓰지이를 자주 데려다주었고 불꽃놀이, 등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도왔다.

쓰지이는 인터뷰 내내 ‘즐거움’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어렸을 때도, 지금도 피아노를 칠 때 제일 즐겁다. 피아노의 힘으로 슬픔, 괴로움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는 후배 연주자에게 조언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연주에 즐거움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연주자가 즐겁게 연주하고, 청중도 즐겁게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쓰지이는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리스트의 ‘꿈 속에서’와 ‘메피스토 왈츠 1번’, 쇼팽의 ‘2개의 야상곡’과 소나타 3번을 들려준다.

후지타는 e메일 인터뷰에서 “우리(여러 일본의 피아니스트) 모두 각자 자신만의 전략으로 음악을 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이런 노력이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많은 피아니스트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이전부터 음악가의 길을 상정하고 레슨을 받지만, 후지타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했다. 늦은 출발에도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선 “레슨을 갈 때 선생님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최대한 집중하고 레슨에서 시도한다. 집에 가서도 이를 적용하고 연주에 이 시도가 맞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말 많은 공연을 관람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독일에 거주 중인 그는 “베를린에서 음악을 들을 기회가 정말 많다. 오케스트라, 피아노 리사이틀, 오페라도 많이 본다. 젊은 음악가에게 이런 라이브 공연 경험을 충분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그너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같은 작곡가의 음악도 제대로 연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음악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오페라, 교향곡, 현악 사중주 등 모든 장르와 이 안에 들어가는 모든 악기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스크랴빈 ‘24개 전주곡’과 환상곡, 쇼팽 ‘24개 전주곡’을 연주한다. 후지타는 “많은 한국 아티스트들을 알고 있으며, 그들이 정말 훌륭한 음악가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성장했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항상 궁금했다. 2023년 공연에서는 한국 관객이 굉장히 높은 집중력을 보이고 음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면서 매우 열정적이고 활발한 관객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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