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리더십 앞세워 경영위기 돌파...히트상품 개발·해외 확장 등 숙제
허영인 회장 사법리스크도 한숨 돌려...노조탈퇴 혐의 1심 재판 남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경영공백 위기를 맞았던 SPC그룹이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에 70년대생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연이어 전진배치 했다. 허영인 회장도 최근 계열사 주식을 저가 매수했다는 혐의를 벗는 등 사법리스크에서 한숨 돌린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이달 1일 정기인사를 통해 SPC삼립의 김범수 전무를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 및 부사장 승진 발령했다. 기존 황종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1970년생인 김 신임 대표는 서강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영학을 석사를 거친 인물로 2016년 SPC 마케팅전략실 상무보로 합류했다. SPC삼립 마케팅 본부장, 삼립 미래전략 BU장을 거치고 대표직에 올랐다.
황종현 대표는 M&A(인수합병)와 글로벌 사업 등 중장기 사업전략 및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김범수 신임 대표는 사업 운영과 내부 관리 업무를 맡아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방향이다.
김 신임 대표의 과제는 제2의 포켓몬빵을 비롯한 히트상품이다. 2022년 포켓몬빵 열풍에 힘입어 3조 클럽에 입성한 SPC삼립은 최근 제2의 포켓몬빵 발굴 및 히트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4조 클럽 진입을 위해서는 시들해진 포켓몬빵을 대신할 히트 상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관련해 SPC삼립은 올해 들어 콘텐츠 플랫폼 '카통'을 론칭하고 '신유빈 호빵'이라 불리는 바닐라빈 슈크림 호빵을 선보이는 등 새 도전을 속속 전개하고 있다. 신임 김 대표 주축으로 젊은 감각의 상품 개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도 1970년대생 대표가 지휘한다. SPC그룹은 정기인사에서 김성한 파리크라상 대표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단독 대표 체제를 공고히 했다.
1974년생인 김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지난해 8월 SPC그룹에 영입돼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전무), 파리바게뜨 지원본부장을 지냈다. 올해 4월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와 각자 대표에 올랐고 이번 인사로 단독 대표로 선임됐다.
김 대표는 해외 사업 확장에 주력할 전망이다. 그는 삼성전자 근무 당시에도 유럽과 동남아법인 등에서 해외 사업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부터 파리크라상의 글로벌 사업을 도맡아온 만큼 해외 사업에 더욱 힘을 싣는 인사로 풀이된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중국 350여곳, 미국 190여곳 등 전체 해외시장에 6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해외점포 수 1000개 달성이 목표다. 이달 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건립한 제빵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내년 동남아 3개국에 첫 매장 오픈도 예정돼있다.
김범수 SPC삼립 대표와 김성한 파리크라상 대표 등 새로 등판한 젊은 CEO들이 그룹 내 경영 위기를 안정적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의 내년 공통 키워드는 해외사업 강화, 내수침체 대응이다"라며 "SPC그룹의 경우 여기에 기업 이미지 회복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일부 해소되면서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전날인 12일 대법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허 회장은 2012년 12월 SPC 회장 일가의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로 양도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날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도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 SPC그룹 계열사 5곳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취소 소송에도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SPC 과징금 647억원 전액과 시정 명령 대부분이 취소됐다. 다만 아직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강요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