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음식 먹을 땐 ‘고래회충증’ 주의하세요

2024-10-20

성대림, 대림외과 원장

의대생 시절 제주도 학생이라서 기생충학교실에서 유구조충 조사연구에 필요하다며 연구학생으로 스카우트 되는 바람에, 기생충학을 석박사 전공과목으로 정하게 된 인연이 있다.

제주도의 경우, 생선회를 먹는 일이 사시사철 흔한데, 드물게 생선회를 먹고 나서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특히 여름철 한치나 오징어 회를 먹은 후, 겨울철 방어를 먹은 후 탈이 나는데 바로 ‘고래회충’ 때문이다.

‘고래회충증’은 보통 바다 생선을 날것으로 또는 잘 익히지 않은 상태로 먹었을 때 감염된다.

고래회충의 최종 숙주는 인간이 아닌 해양 포유류로, 돌고래나 물개 등의 해양 포유류 위장에 기생하고 있는 아니사키스의 유충이 바다 새우류의 몸 속에 들어가 여기서 성장하게 된다. 만일 유충을 가지고 있는 새우류를 잡아먹은 해산 어류를 다시 사람이 잡아서 날것으로 먹는 경우에 이같은 고래회충증이 생긴다.

이러한 고래회충증은 인체에 우연히 들어와서 감염하게 되는 경우여서 정상적으로는 시간이 경과하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

감염 유충은 태평양의 연어, 청어, 대구, 명태, 참조기, 고등어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회로 먹는 어류의 경우 붕장어, 오징어, 낙지, 광어, 방어 등에서 유충이 많이 나타난다.

고래회충증에 감염되면 모든 경우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게 감염 후 3~5시간이 지나 속이 메스껍고 거북하기 시작하며, 식은땀이 나면서 복통이 시작된다. 마치 위염이나 위궤양과 그 증세가 비슷하다. 또한 충체가 위장 벽을 파고 들어가면 위염이나 위궤양과 같은 속쓰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고래회충증을 가장 확실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내시경을 통해 유충을 확인하는 것이다. 병력청취 후 고래회충증이 의심된다면 즉각 내시경을 시행해 ‘생검 겸자(biopsy forcep)’로 유충을 제거하게 된다.

고래회충증의 진행 단계에서 생긴 궤양은 소화성 궤양이나 궤양성 위암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에서는 위장관 출혈을 유발하기도 한다.

질병이 만성화된 상당수의 환자에서 충체가 위벽 또는 장벽으로 들어가 호산구성 육아종을 형성해 수개월 간 고통 받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고래회충증에는 일반적인 구충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래회충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해산 어류는 영하 20도 이하에서 24시간 냉동시키거나 또는 70도 이상에서 가열해 먹어야 하고, 도마 등 조리 공간의 위생상태를 철저히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다. 그리고 가급적 생선회에서 내장은 날로 먹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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