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요리법 한글로만 쓰여있어"
아시아계 단체 방송 하차 요구
한인 외 인종에도 차별적 발언
유명 라디오 진행자인 빌 헨델(사진)이 최근 자신의 쇼에서 한인 비하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 파문이 일고 있다.
변호사이기도 한 헨델은 전문 방송인으로서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009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헌액된 인물이다.
버뱅크 지역 아시아계 미국인 미디어 행동 네트워크(이하 MANAA)는 11일 라디오 방송국 KFI(AM 640) 측과 헨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인터넷 방송국인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에 공식 사과와 헨델의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MANAA에 따르면, 헨델은 지난 10월 3일 자신의 방송에서 개가 등장하는 동화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책이) 한글로 번역됐나”라며 “캐첩을 너무 많이 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개 식용 이슈에 대해 한국을 비하하며 캐첩을 뿌리는 ‘핫도그’에 비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MANAA가 확인한 헨델의 인종 비하 발언은 방송에서 무려 7개월간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25일 방송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개 식용 국가로 지칭했다.
헨델은 “미국 밖 일부 국가에는 개와 고양이를 취급하는 식당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국가와 인종을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곧 작은 목소리로 한국과 중국을 언급했다.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빌미로 한 헨델의 한국 비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9월 16일 그는 방송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말한 아이티 이민자의 개·고양이 식용 발언을 언급하면서 또다시 한국과 중국을 언급했다.
헨델은 “개고기 수프 조리법을 찾았는데 한글과 중국어로만 쓰여져 있었다”며 “아이티인들의 개·고양이 식용 조리법은 찾을 수 없었다”고 조롱했다.
개고기 식용 문화와 별개로 한국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 8월 온라인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한국인을 겨냥해 “영어도 못 하고 완전히 무례한 관광객”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불쾌한 사람들(한국인)을 더는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계 온라인 전문 매체 ASAM뉴스는 인종 비하 파문과 관련해 MANAA는 빌 헨델에 대한 방송 하차 등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태라고 1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MANAA 가오 아오키 대표가 아이하트라디오 임원진, KFI 방송 주요 관계자들을 만나 정식으로 항의하려고 했으나 “피드백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짧은 이메일 답변만 받았다고 보도했다.
본지는 이러한 헨델의 비하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 이메일 등 방송국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12일 오후 5시 현재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인 및 한국에 대한 헨델의 인종차별적 농담은 과거에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1년 방송 중 한인 집주인과 분쟁이 있다는 필리핀계 여성 청취자와의 통화에서 헨델은 “개고기를 요리해주면 모를까, 한인은 필리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한인 집주인은 세입자 처지에 신경 안 쓸 것”이라고 비하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헨델은 무슬림, 아르메니아계 등 타인종을 향한 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됐었다. 그는 지난 2009년 미국 정부가 아르메니아계 인구가 많은 글렌데일 시를 팔아서 아르메니아계 사람들을 없애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었다.
한편, 빌 헨델은 현재 KFI(AM 640)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자신의 이름을 건 ‘더 빌 헨델 쇼’를 진행 중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법률 상담 프로그램인 ‘헨델 온 더 로’를 진행하고 있다. MANAA는 미국내 아시아계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하는 비영리 단체다.
김경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