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강지영 리사이틀…13일 수성아트피아

2024-10-10

“스승의 아내 사랑한 브람스의 애절함 오롯이 전달”

베토벤 소나타 전곡 완주 이후

특정 작곡가 집중탐구에 매료

베토벤 다음 브람스인 이유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연결

‘기교<감정’ 스타일 잘 맞아서

말년작 3개의 간주곡 등 연주

“그의 순애보, 가을에 어울려”

피아니스트 강지영이 오는 13일 오후 7시 30분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열리는 ‘강지영 리사이틀’에서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은 도전일 수 있다.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으로 독주회를 구성하는 것과 달리, 특정 작곡가 한 사람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연주자로서는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불식시키고도 남을 만큼 연주자나 청중에겐 한 작곡가의 음악세계에 충만하게 빠져들 수 있다는 장점을 믿고 밀어 붙였다.

강지영에겐 한 사람의 작곡가를 집중 조명하는 형식의 리사이틀이 결코 낯설진 않다. 그는 그 어렵다는 베토벤 피아노 소타나 전곡을 완주한 기록의 보유자다. 2012년 첫 공연 이후 2020년까지 9회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완주했다. 음악적인 완성도 없이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성공적으로 완주하면서 그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완주한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수성아트피아가 그에게 초청 리사이틀을 요청할 때만 해도 어떤 곡을 연주할 것인지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다. 고민 끝에 작곡가 브람스를 집중 탐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베토벤이라는 작곡가의 작품을 완주하는 경험을 하고 나니 그런 형식의 독주회가 연주자에게는 더 학구적이고, 청중에게는 특정 작곡가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굳혔고, 이번에 브람스의 곡으로 리사이틀을 꾸리게 됐습니다.”

브람스는 낭만주의에 심취하면서도 고전적 전통에 대한 존경심을 가졌던 작곡가였다. 강지영이 베토벤 이후 어떤 작곡가를 선택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을 때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브람스는 베토벤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받으면서 낭만적인 열정과 감정적인 깊이를 더한 음악가였고, 전통과 혁신의 조화 속에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형성한 작곡가라는 점이 강지영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번째 작곡가는 첫 번째 완주한 베토벤의 고전주의를 따르면서도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한 작곡가를 선정하고 싶었어요. 그 요구에 딱 맞는 작곡가가 브람스였죠.” 베토벤과의 연결성 외에도 브람스를 선택한 이유는 또 있다. 브람스의 작품 속에 내재된 깊은 감정적 서사다. 브람스는 사랑이나 고독 등의 감정들을 뚜렷하거나 경쾌한 리듬과 풍부한 하모니로 표현한 작곡가다. 그의 애절한 음악적 분위기가 ‘가을’에 부합한다는 것도 브람스를 선택한 배경이 됐고, 무엇보다 기교보다 작품 속의 감정에 집중하는 강지영이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과도 잘 맞았다.

특히 강지영은 작품 속에 스며있는 브람스 순애보에 주목했다. 브람스는 스승인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 슈만을 짝사랑하며 평생 홀로 살았다. 클라라 슈만이 죽자 그녀의 아이들까지 돌볼 만큼 브람스의 순애보는 절절했다. 그 순애보를 강지영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청중과 함께 감상하고 싶어한다.

이번 공연에는 브람스의 6개의 피아노 소곡, 작품번호 118을 연주하게 되는데, 이 곡은 브람스가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말 못하는 사랑의 감정을 작품번호 118번에 절절하게 담아내며 그녀에게 헌정을 했습니다. 그 감정을 이 가을에 청중과 나누고 싶었어요.”

이날 전반부는 브람스 말년에 작곡한 3개의 간주곡, 작품번호 117번과 6개의 소나타 소곡, 작품번호 118번을 연주하고 후반부는 그의 젊은 시절 작품인 피아노 소나타 제3번 바단조, 작품번호 5번을 연주한다.

강지영이 고전주의 음악을 선호하는 데는 고전주의 음악의 본고장인 오스트리아 빈과의 인연도 한몫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학사, 석사,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Wolfgang watzinger 교수를 사사하며 탄력적 발전기를 맞았고, 클래식 본고장인 만큼 고전주의에 특히 주력했다. 재학시절 요세프 디히러 국제 콩쿠르 1위, 비엔나 국제 콩쿠르 2위 입상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큰 맥락 안에서 세심한 표현을 하는, 때로는 그 열정이 불같이 뿜어져 나오는 연주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귀국 후 그는 지금까지 25회의 독주회를 열었고, 대구시향, 청주시향 등과 협연했다. 해외 연주도 병행했다. 독일 리히텐베르크 연주회,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하우스 초청 독주회, 벨기에 앤트워프시 초청 독주회, 일본 도쿄 가와이 피아노 초청 독주회 등에서 연주했다. 특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완주 이후 해외 러브콜이 늘고 있다.

강지영이 자신의 기록을 계속해서 갱신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져갈 수 있는 원동력은 곡 해석에 대한 남다른 노력과 작품 속 작곡가의 의도나 감정에 충실하려는 연주 스타일이다. 이번 리사이틀의 주인공인 브람스를 탐구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베토벤이나 브람스는 폭발적으로 분출하기보다 내재적인 깊이를 확보하는 음악가이고, 이런 음악적인 특징이 강지영의 성향과 일맥상통해서 연습하는 기간 내내 행복하다고 했다.

강지영은 시간이 흐를수록 “연주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국내외의 대형 무대에서 독주회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대구에서는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라는 위치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높아진다는 것. 이번 공연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브람스의 작품들이 음지법도 많고, 분출하는 에너지도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주하겠다고 했다. 기술적인 면보다 곡 속에 흐르는 작곡가의 정신이나 감정에 충실하겠다는 각오였다. “작곡을 하면서 브람스의 내면에 있었던 감정들이 충분히 청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연주를 이번 리사이틀에서 들려드리며 이 가을을 브람스의 깊은 사랑에 빠지고 싶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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