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픽 쌤과 함께'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변화와 발전 속도에 맞춘 기술, 산업의 육성 정책 필요"

2024-10-20

[비즈엔터 김세훈 기자]

'이슈 픽 쌤과 함께'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과 함께 제약 바이오를 대한민국 미래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키워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함께 이야기 나눠 본다.

20일 방송되는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에서는 ‘차세대 먹거리, K-바이오의 생존 전략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현재 생산되는 의약품은 크게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인류가 가진 질병을 치료한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기본 원료와 생산 공정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합성의약품’은 화학물질을 조합하고 합성하여 제조하는 의약품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진통제와 소화제 등이 있다. 그에 비해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에서 유래한 물질을 원료로 개발한 의약품으로, 대부분 사람이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의 의약품 시장의 규모는 1,700조 원 이상으로 반도체 산업의 2.5배 이상의 크기를 자랑한다. 이 중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은 2012년 19%에서 2020년 30%로 급증하는 등 연평균 9%의 성장률을 보여주며, 2029년에는 무려 1,000조 원의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의약품이 이토록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여주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부회장은 “합성의약품과 비교해 볼 때 바이오의약품의 강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과 질환 표적 치료의 높은 정밀성”을 들었다. 환자와 질병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수많은 제약회사가 바이오의약품을 주력 분야로 하여 연구 및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은 결코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은 “연구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년에서 15년일뿐더러 개발 비용 역시 약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해 패널들을 놀라게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막대한 흥행수입을 올린 상업영화를 뜻하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에서 차용한 용어로,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이상인 의약품을 의미한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개발하여 성공을 거두면, 그 자금으로 다시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제약 바이오의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는 미국의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대표적 블록버스터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2024년 상반기 매출액 5조 3천억 원을 기록한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오크레부스’ 등이 있다. 최근 빅파마(Big Pharma)로 떠오른 글로벌 제약사로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익히 알고 있는 모더나가 있다. 모더나는 2010년에 창립되어, mRNA 연구를 중점으로 하던 벤처기업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며 미국 정부의 예산 지원과 함께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해 마침내 mRNA 백신 개발에 성공, 막대한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제약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환자 수가 가장 많아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분야로 암(종양)이 있다. 이 부회장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목할 만한 암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말에 패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로 폐암 치료제로서 국내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항암제인 유한양행의 ‘렉라자’다. 2015년 제약사 오스코텍에서 유한양행이 기술을 이전받아 공정 개발과 임상시험을 통해 기술 수준을 높이고, 2018년 다국적 제약사 얀센으로 1조 6,700억 원에 기술이전을 거쳐 탄생한 렉라자. 렉라자가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소득 가치는 약 2조 6,500억 원으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상용화되어 블록버스터급 신약으로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의 제약 역사는 약 100년이지만, 복제약 기반으로 성장해온 만큼 바이오 신약 개발은 3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비록 현재 우리나라의 신약 개발과 산업화는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기존 합성의약품 위주였던 우리나라 제약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과정을 생각하면 단기간에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한국은 제약바이오산업 중 ‘바이오 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위탁생산(CMO)은 제약사가 설계한 약을 단순 생산하는 것이고, 위탁개발생산(CDMO)은 제약사와 협력하여 약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위탁개발생산 과정에서 개발에 성공할 경우 독점생산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연간 생산능력 세계 1위로 CMO와 CDMO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기존의 바이오의약품과 비슷한 효능을 지닌 의약품인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기술 역시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인다. 많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20년 특허가 만료되는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제약바이오기업 활약 역시 기대된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되었다. 생물보안법의 핵심은 정보보안으로, 중국의 일부 바이오 기업이 미국인들의 유전 정보를 유출한다는 이유로 이를 막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일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여 미국인의 유전 정보에 대한 안보를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법안 제정의 배경에는 “세계 의약품 시장 1위 국가인 미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바이오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이 부회장은 전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유럽, 일본, 인도 등 다른 나라들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생물보안법의 수혜를 입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에 생존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해 산업체-학교-연구실-병원으로 이어지는 생산적인 바이오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에 위치한 켄달스퀘어는 하버드, MIT 등 대학과 수많은 기업이 모여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산업 환경 덕에 대학과 대형 제약사 간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이상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인위적인 바이오 생태계를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민간 투자 유치가 저조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기술개발만이 아닌 변화와 발전 속도에 맞춘 기술, 산업의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은 성장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패를 너그럽게 용인하고 실패의 경험 역시 성공의 씨앗으로 가치 있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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