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암페어컴퓨팅 인수냐 매각이냐

2024-10-08

지난달 초 Arm 기반 서버 프로세서 개발사 암페어컴퓨팅의 외부 매각 추진 보도가 나왔다. 이후 오라클이 암페어컴퓨팅의 지분 29%를 소유중이며 3년 뒤 이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옵션도 보유했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현 시점에 무엇을 고려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오라클은 암페어컴퓨팅을 사려는 것일까, 팔려는 것일까?

지난 9월 오라클이 SEC에 제출한 위임장 설명서에 따르면, 오라클은 지난 2023년 회계연도에 암페어컴퓨팅에 대한 4억달러의 채권을 보유했으며, 지난 5월31일 끝난 2024년 회계연도에 암페어컴퓨팅 전환사채에 6억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오라클은 “2017년부터 주식과 전환사채 형태로 암페어에 투자해왔고, 2024년 5월31일 현재 지분법 회계에 따라 손실을 회계처리한 후 암페어에 대한 총 투자 장부 금액은 15억달러”라고 밝혔다.

또 “2024년 5월31일 현재 암페어에 대한 지분 투자는 약 29%의 소유 지분을 나타낸다”며 “암페어 및 공동 투자자와 계약조건에 따라 2026년 6월에 만기되며 선택에 따라 지분증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6억달러 전환사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서는 오라클이 2027년 1월까지 암페어 지분을 4억달러에서 15억달러 가격으로 풋 옵션(공동투자자 권리) 및 콜 옵션(오라클 권리)을 행사할 권리를 가졌다고 적고 있다. 두 옵션 중 하나라도 행사되면 오라클은 암페어컴퓨팅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오라클은 수년간 지분 외에도 암페어컴퓨팅의 프로세서를 적극 구입하며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2023년 회계연도 중 오라클은 암페어 프로세서를 1억410만달러 선결제 주문했다. 이 기간동안 오라클은 470만달러를 직접 구매했고, 4320만달러를 제3자로부터 간접 구매했다. 작년 들어 오라클은 암페어 프로세서 지출을 급격히 줄였다. 2024년 회계연도 오라클은 300만달러를 직접 구매하는데 그쳤다. 선불 결제한 금액중 1억110만달러 남아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암페어컴퓨팅은 2017년 설립된 회사로,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서버 프로세서를 개발해왔다. 암페어는 저전력과 매니코어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2020년 128코어 프로세서를 선보였고, 작년 192코어 프로세서를, 올해 256코어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사업초기 암페어컴퓨팅은 인텔과 AMD를 위협하는 기세였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클라우드, HPE, 텐센트클라우드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오라클은 암페어의 강력한 우군이었다. 여러 퍼블릭 클라우드 제공사 가운데 Arm 인스턴스의 기반 하드웨어로 암페어를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오라클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인프라 95%를 암페어 프로세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인텔과 AMD가 100코어 이상의 매니코어 제품을 공급하고, 주요 고객사인 퍼블릭 클라우드 제공기업들이 자체 프로세서 투자에 나서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일찌감치 ‘그래비톤’을 선보였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코발트’를, 구글이 ‘액시온’ 등의 자체 서버 칩을 선보였다.

우군 오라클의 전략 변화도 암페어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부터 전세계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부는 가운데, 퍼블릭 클라우드 기업은 AI 인프라 수요 획득을 위해 경쟁적으로 AI 프로세서를 구매했다. 엔비디아 GPU 확보 규모는 클라우드 업체의 경쟁력 평가 척도로 자리잡았고, 이들의 서버 CPU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 오라클은 엔비디아 GPU 구매 규모로 상위 3위에 들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이달초 공개된 오라클의 문서는 암페어컴퓨팅에 모호한 모습을 보인다. 암페어컴퓨팅 매각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 뒤 공개된 문서로 지분을 현재 얼마나 보유했고, 향후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오라클이 암페어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의사 표시인지, 향후 암페어를 흡수할 것이란 선언인지 혼란스럽게 한다.

공개된 오라클의 문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것으로 주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성격도 담고 있다. 암페어컴퓨팅의 매각과 기업공개(IPO) 추진 보도 후 일주일 뒤 제출됐으므로, 오라클이 향후 암페어컴퓨팅에서 얼마나 재정적 영향을 받을 지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암페어가 IPO에 실패하고 외부 매각에 나설 경우 오라클은 새 매입자에게 채권 행사를 요구할 수 있다.

르네 제임스 최고경영자(CEO)의 미래 행보는 오라클과 암페어의 결별로 보인다. 오라클은 자사 이사회 멤버인 르네 제임스 암페어 CEO가 이사 임기 종료 후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암페어컴퓨팅의 매각 시도가 여의치 않을 경우 오라클에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지분 확보 옵션을 보유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프로세서 개발과 업데이트를 유지하려면 내부에 편입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암페어가 가진 칩 설계 기술도 오라클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암페어는 사업 초기엔 Arm홀딩스의 네오버스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프로세서를 설게했지만, 현재는 독자적인 Arm 코어 아키텍처로 제품을 설계한다. 오라클은 이미 RISC 계열의 스팍 프로세서를 소유했는데, 신제품 개발은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클라우드 업계에서 자체 칩 역량이 재평가 받는 상황에서 암페어 역량 흡수는 가점 요인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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