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사업에 집중하던 유통사들이 의약품 직접 도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 제약사의 의약품 판권을 확보해 영업·마케팅을 담당하는 형식이다. 유통사들은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는 한편 위탁 제약사들은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계 제약사 쿄와기린은 최근 한국 철수를 결정하면서 전문의약품의 아태지역 전역 영업·마케팅 권한을 DKSH코리아에 양도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품인 X염색체 연관 저인혈증 치료제 ‘크리스비타’, 균상식육종 치료제 ‘포텔리지오’에 대한 판권을 DKSH가 가져가게 됐다. 크리비스타는 대체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면제받고 신속 등재된 제도 개선의 첫 사례로, 업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약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로 병원 영업을 공격적으로 하지 않아도 꾸준히 수요가 있는 제품이어서 유통사가 맡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의약품 유통사인 지오영 역시 의약품을 직접 들여오는 판매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오영은 지난해부터 한국유씨비제약과 알레르기질환 치료제 ‘지르텍’ 공급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고 독점적 영업·마케팅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르텍의 국내 판권은 유한양행이 가지고 있었다. 지오영이 지르텍 공급을 맡은 지 1년 만에 지르텍의 판매량은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집계 기준 18.5% 증가했고 점유율도 최대 68.4%까지 늘었다. 지오영은 기존 물류 직원이 맡아 하던 영업 업무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해 전문화했다. 지오영 관계자는 “국내 약국 80% 커버리지를 보유한 강점이 있다”며 “기존 주력사업인 의약품 유통을 넘어 광고·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했다.
쥴릭파마코리아는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 위고비의 국내 유통 및 판매를 맡고 있다. 쥴릭파마는 한동안 적자가 지속되다가 고가 비만 치료제와 같은 글로벌 혁신 의약품의 유통·판매를 맡으면서 2022년부터 9억 3000만 원, 2023년에는 43억 4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기존 제약사 의약품의 포장·보관·운송 등 업무를 주로 해온 의약품 유통업체가 시장에 뛰어드는 건 유통사와 제약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해외 제약사와 중소형 제약사들은 자체 영업력이 약한 경우 영업대행사(CSO)에 맡기는데 유통업체가 영업까지 대행할 수 있다면 제약사에 새로운 선택지가 열리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신약 개발과 판권 도입을 강화하고 있는데 해외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잠재적 경쟁사가 될 수 있다”며 “유통사에 맡기면 새로운 약을 만들 가능성이 적으니 신뢰가 갈 것이고 유통사 입장에서도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