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잼버리 사태’ 우려되는 2026년 여수

2025-01-05

막대한 예산 투입 세계섬박람회

기반 시설 없는 허허벌판 간척지

15년 넘도록 주택 한 채 없는 곳

개최 장소 변경, 누군가 결단해야

‘잼버리 사태’가 발생한 곳은 2023년 8월 새만금 간척지였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는 시작 하루 만에 폭염으로 400여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했고,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일주일 만에 참가자 전원이 철수해 실패한 국제 행사가 되고 말았다. 나무 그늘 하나 없고 배수도 잘 안 되는 허허벌판 간척지가 국제대회 행사장으로 선정될 때부터 예정된 재난이었다.

그런데 ‘제2의 잼버리 사태’가 예견되는 국제 행사가 여수의 간척지에서 준비되고 있다. 2026년 9월5일부터 두 달간 열리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다. 우리의 해상영토는 육상영토보다 4.5배나 크다. 해상영토가 있기에 수산자원과 희토류, 구리, 코발트 같은 해저 광물자원을 가질 수 있다. 유엔 해양법협약은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섬사람들 덕분에 더 넓은 해상영토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섬박람회의 의미는 각별하다.

하지만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새만금 잼버리대회의 실패를 따라가고 있는 듯해 우려스럽다. 여수시가 주 행사장으로 선정한 돌산 진모지구는 잼버리 대회장과 거의 유사한 조건이다. 간척지인 데다 배수도 원활하지 못하다. 토지공사가 갯벌을 매립해 택지로 조성할 때부터 부실공사로 논란이 많았다. 그래서 1998년 여천군·여천시·여수시가 여수시로 통합되기 전 토지공사가 매립된 땅을 여천군에 인계하려 했을 때 여천군에서 한사코 거부했다고 한다. 준공된 지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주택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잘 아는 여수 시민들이 “배수로와 교통 등 기반시설이 부실해 제2의 잼버리 사태가 우려된다”며 장소 변경을 요구했고 여수시장도 이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끝내 변경되지 않았다.

황당한 것은 ‘2012 여수엑스포’ 때 수천억원을 들여 건축한 전시관이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새로운 전시관을 또 만들려 한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전시관을 두고 고작 두 달짜리 행사 후 철거될 임시 시설을, 그것도 위험천만한 간척지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 만들려 한다. 엑스포 시설은 KTX역 바로 앞에 있어 최적의 교통여건과 호텔, 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이런 완벽한 시설을 두고 황무지에 주 전시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여수시는 태풍, 장마를 우려해 박람회 기간을 한 번 변경했지만 9월 또한 태풍철이다. 역대 가장 강력한 태풍 ‘매미’도 9월에 발생해 여수를 강타했다. ‘매미’처럼, 잼버리 때 ‘카눈’처럼 태풍이 온다면 전시장은 초토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여수시는 “섬박람회 주 행사장 변경 여론에 대해 숙의를 거듭한 결과 여수세계박람회장보다 진모지구가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안전하고 교통 편리하고, 기반시설까지 완벽히 갖춘 엑스포 시설보다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교통 불편하고 기반시설이 전무한 간척지 진모지구가 더 적합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또 “여수박람회장은 2024년 7월 현재 국제관 임대율이 60%를 넘어서는 등 전시·연출 공간이 섬박람회를 개최하기에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국제관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주제관을 고쳐 쓰면 된다. 게다가 나머지 40%의 국제관까지 활용하면 부족할 이유가 없다. “제2의 잼버리 사태가 우려돼 장소를 엑스포 주제관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던 정기명 여수시장은 제2의 잼버리 사태 우려가 모두 해소된 것인지 답해야 한다.

여수세계섬박람회에는 676억원의 사업비 외에 연계예산 2479억원도 확보될 예정이다. 연계예산 대부분이 도시 숲, 실외 정원 조성 등 시설 공사비인데 최근 또 특별교부세 65억원까지 확보했다. 특별교부세 대부분도 진입도로 확장 및 환경정비(30억원), 스마트 조명등 설치(15억원) 등 시설 공사에 쓰인다. 더 이상 공사판을 벌일 필요 없는 넓은 도로와 잘 정비된 환경에 안전성까지 확보된 여수엑스포 전시장을 두고 굳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재난에 취약한 전시장을 만들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그것도 택지로도 못 쓰는 간척지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금 여수시장은 소제지구 택지 개발사업 비리 의혹으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곤경에 처한 여수시장이 장소 변경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영록 전남지사가 나서서 안전한 장소로 변경시켜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세계섬박람회가 제2의 잼버리 사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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