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14년 차 류지혁(31·삼성)은 올해 삼성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포스트시즌을 뛴다. 두산에서 왕조 시절을 보내며 일찌감치 가을 무대 경험을 여러 번 쌓았지만 이젠 어느덧 삼성 고참 반열에 올라 후배들을 이끄는 입장이 됐다. 올해 포스트시즌 타율이 정규시즌(0.280)보다는 낮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유격수로서 호수비를 통해, 더그아웃에서는 응원 단장으로서 팀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류지혁은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총 8경기를 치른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 점이 오히려 우리한테는 득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플레이오프라는 압박감보다는 그냥 시즌 중 한 경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평소대로 침착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류지혁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두산 왕조 시절을 겪었다. 당시 한국시리즈만 4차례 경험했다. 류지혁은 “두산에 있을 때는 정규시즌 성적이 높아 포스트시즌에서도 위에서 기다리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순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올해는 밑에서 올라가다 보니 잃을 게 없더라. 그래서 매 경기를 조금 더 편하게 하는 것 같다. 상대 팀보다 부담이 덜하니까 더 과감해진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NC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제일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의 뜨거운 방망이에는 젊은 타자들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3년생 김영웅과 이재현이 5·6번 타순을 맡아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김영웅은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7타수 4안타 3타점, 이재현은 8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을 올렸다. 류지혁은 “김영웅과 이재현 같은 어린 친구들이 다해주고 있다. 형들은 못 하고 있는데”라며 웃었다.
류지혁은 “후배들이 큰 무대를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알아서 하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멋있다”며 “우리 팀 야수만 봐도 앞으로 한 10년은 걱정 없지 않나. 내실이 잘 다져진 팀인 것 같다. 쉽게 흔들리지 않을 팀”이라고 했다.
류지혁은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어린 후배들 표정을 신경 써서 보고 있다. 실책이 나오더라도 괜찮으니 재밌게 하라고 말해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실수를 했을 때 후배들이 옆에 다가와서 ‘형 괜찮아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고맙다고 했다. 경기를 재밌게 하고 있다”고 웃었다.
삼성은 대구에서 열리는 3·4차전을 내리 따내면 3승1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준플레이오프 당시 SSG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1승1패롤 하고 대구로 돌아간 삼성은 2승을 내리 따내면서 플레이오프행을 확정했다. 류지혁은 “확실히 연습할 때부터 집이 편하더라.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